정부가 기업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사내유보금 과세방침을 굳힌 모양이다. 다만 소급적용은 피하고 내년 이후의 신규 유보금을 대상으로 하되 2~3년 유예기간은 준다고 한다. 기존 유보에 대해 과세를 않겠다는 것은 거듭된 문제제기에 한발 물러선 것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본질은 그대로다. 간판만 기업소득환류세제로 바꿔 달았다. 참 얄팍하다.

사내유보 과세는 정기국회로 관련 법안을 들고 갈 것도 없이 지금이라도 깔끔히 포기하는 게 맞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잘못된 정책이다. 기업 유보를 털어내 풀라는 것이 어제 발표된 이 새로운 세제의 핵심이다. 한마디로 기업이 이익잉여금을 임금, 투자, 배당으로 써버리지 않으면 법인세 외에 추가로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다.

유보금 세제는 실제 서민 가계소득과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한국경제연구원 등의 지적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배당수입으로 가계소득이 늘어난다면 이미 서민도 아니다. 기업이익을 임금 인상에 반영하라는 것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만 더 벌어지게 할 것이다. 노동계에 좋은 구실을 던져 가뜩이나 취약한 노사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러번 강조할 이유도 없이 기업이익의 처분은 기업가의 지극히 고유한 경영상 판단에 속하는 문제다. 오늘과 내일, 단기와 장기에 걸친 자원의 배분이야말로 기업가의 선택이요 경영행위의 본질에 속한다.

정부는 경제활성화라는 명분으로 경영의 자유를 침해하고 기업의 축적을 저해하는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꼼수를 통해 변칙과 예외와 유예를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깨끗이 오류를 인정하고 폐기하면 그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