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국립생태원 현지조사서 발견
시민단체 반발…이은주 의원실 "공동조사단 추가 조사해야"
경북 영양풍력발전단지 예정지서 멸종위기 붉은박쥐 발견(종합)
경북 영양군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예정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인 붉은 박쥐가 발견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21일 국립생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9월 13∼15일 사흘간 경북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 산1번지 인근에서 실시한 '생태·자연도 등급 재평가를 위한 2차 현지 조사'에서 붉은 박쥐를 발견했다.

천연기념물 제452호인 붉은 박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관심 대상이다.

우리나라에는 개체 약 50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데 영양군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겨울철 동굴에서 동면하며 6∼7월 한두마리의 새끼를 낳는 붉은 박쥐의 서식에 가장 큰 위협은 산림 개발이다.

최근 캐나다 캘거리대학 연구에 따르면 풍력발전기 회전 날개 인근에서 발생하는 높은 음압이 박쥐의 폐를 터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영양풍력발전단지 예정지서 멸종위기 붉은박쥐 발견(종합)
지난해 8월 3일 환경부가 최종 협의를 완료한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에는 붉은 박쥐 서식 자체가 누락돼 있어 추가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10∼11일 이틀간 진행한 1차 조사에는 멸종 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삵과 하늘다람쥐도 발견됐다.

두더지, 오소리, 청설모, 두더지 등 1차 현지 조사에서는 4목 6과 9종·2차 현지 조사 때는 5목 7과 7종의 포유류가 확인됐다.

서식지 판단기준 C에 의거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의 서식지로 판단됐다.

이번 현지 조사는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자의 요청으로 진행됐다.

사업자 측은 일대 식생 보전 가치가 미흡하고,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4월 영양군에 생태·자연도 등급 수정 및 보완 신청을 하기 위해 현지 조사를 요청했다.

이은주 의원실 관계자는 "식생 등급을 낮춰 풍력발전 단지 사업 추진을 용이하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라며 "멸종위기종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의신청과 달리 멸종위기 야생생물까지 확인된 만큼 서식 환경을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해 공동조사단이 추가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영양풍력발전단지 예정지서 멸종위기 붉은박쥐 발견(종합)
경북 영양군 도시팀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최종 협의 이후 환경부로부터 통보해 온 바가 전혀 없다"라며 "환경부에서 국립생태원 현지 조사 결과에 따라 인허가 절차를 중단시키면 그에 따라 조치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영양군 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AWP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은 지난 1월 군관리계획(전기공급설비) 결정 변경 고시 단계를 마쳤다.

오는 4월 사업자가 영양군에 실시계획 인가 신청을 앞두고 있다.

영양·영덕 풍력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영양군에서 붉은 박쥐를 처음 발견하였음에도 추가 정밀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의 저의가 의심된다"며 "4월 중순 예정된 AWP 풍력 공동조사단의 현장조사에서 붉은 박쥐 서식지 정밀 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환경부가 이전에는 부동의 하거나 반려했던 설악산 케이블카, 제주 제2공항, AWP 영양풍력사업 등을 조건부 동의해주면서 이전에 부동의 했던 사유를 어떻게 해소했는지 제대로 밝히지는 못하고 있다"라며 "사후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하겠다고 하는데 이미 훼손한 후에는 실제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고 말장난이란 것을 상식적으로 누구나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