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총 4건 보물 지정 예고…'계회도' 전형적 양식의 시작 의미
이항복이 손자 위해 쓴 천자문도 포함…"시기 가장 이른 육필 천자문"
500년 전 선비들의 뱃놀이…돌아온 '독서당계회도' 보물 된다
약 500년 전 조선 선비들이 한강 일대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묘사한 회화 '독서당계회도'(讀書堂契會圖)가 보물이 된다.

일본, 미국 등을 떠돌다 국내로 돌아온 귀한 유물이라 의미가 더욱 값지다.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만든 독서 연구기구인 '독서당'을 배경으로 한 모임을 담은 회화 독서당계회도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한다고 13일 예고했다.

비단에 그린 수묵채색화인 이 유물은 전체 크기가 가로 72.4㎝, 세로 187.2㎝로 길쭉한 편이다.

조선 중종(재위 1506∼1544) 대에 독서당에서 '사가독서'(賜暇讀書·젊은 문신에게 휴가를 줘 학문에 전념하게 하는 제도)를 했던 현직 관료의 모임을 기념해 그린 작품이다.

그림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상단에는 '독서당계회도'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500년 전 선비들의 뱃놀이…돌아온 '독서당계회도' 보물 된다
가운데에는 지금의 서울 동호대교 북단 근처인 옥수동 일대에 있었던 두모포(豆毛浦) 부근 풍광과 독서당, 선비들이 한강에서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화면 아래에는 모임에 참석한 인물 12명의 이름과 호, 본관, 태어난 해, 사가독서 시기, 과거급제 시기, 부친이나 형제의 인적 사항 등이 꼼꼼히 기록됐다.

조선왕조실록과 옛 문헌 등을 통해 인물 정보를 확인한 결과 모임은 중종 26년인 1531년 열린 것으로 보이며, 그림 역시 당시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그림은 한동안 일본 교토국립박물관장을 지낸 간다 기이치로(神田喜一郞·1897∼1984)가 소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미국 경매 등을 거쳤고, 지난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환수했다.

문화재청은 "앞서 보물로 지정된 계회도 12점과 함께 비교해보면 (시기상) 두 번째로 제작된 작품이나 후대 제작된 계회도의 전형적인 형식인 상단 표제, 중단 그림, 하단 좌목(목록) 형태로는 시기가 가장 앞선다"고 설명했다.

500년 전 선비들의 뱃놀이…돌아온 '독서당계회도' 보물 된다
실제 한강 주변의 풍경을 그린 실경산수화의 시원(始原·사물, 현상이 시작되는 처음) 양식을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독서당계회도와 함께 '이항복 해서 천자문', '안성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수능엄경의해(首楞嚴經義海) 권9∼15' 등 3건도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이항복 해서 천자문은 조선시대 명재상으로 꼽히는 이항복(1556∼1618)이 손자 이시중(1602∼1657)의 교육을 위해 1607년 직접 써서 내려준 천자문 책이다.

총 126면의 분량의 책에는 행마다 4자씩 글자를 크게 쓴 뒤 한글로 음과 뜻을 달았다.

책 끝에는 '정미년(1607년) 이른 여름(음력 4월) 손자 이시중에게 써 준다.

오십 노인이 땀을 뿌리고 고생을 참으며 썼으니 골짜기에 던져서 이 뜻을 저버리지 말라'는 내용의 글이 있어 이항복의 '내리사랑'을 엿볼 수 있다.

500년 전 선비들의 뱃놀이…돌아온 '독서당계회도' 보물 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글자 크기가 약 8㎝로 가장 크고, 시기도 가장 이른 육필 천자문으로 서예사적으로 중요한 자료"라며 "한글 변천을 연구하는 데도 가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14세기에 제작돼 고려 후기에서 조선 전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양식을 보여주는 청룡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조선 세조 8년인 1462년 간행된 불경인 수능엄경의해 등도 각각 보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문화재청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500년 전 선비들의 뱃놀이…돌아온 '독서당계회도' 보물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