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원 뮤지컬 영웅 vs 1만5천원 영화 영웅…누가 승자인가
안중근 다룬 뮤지컬과 비교해보니
비장한 뮤지컬 안중근
영화선 인간 안중근 강조
전쟁 실패후 내적 갈등 고통 등
뮤지컬에 없는 스토리 담아
유머 더한 영화 안중근
감초 배역들이 분위기 돋워
진지한 장면선 몰입 방해도
비장한 뮤지컬 안중근
영화선 인간 안중근 강조
전쟁 실패후 내적 갈등 고통 등
뮤지컬에 없는 스토리 담아
유머 더한 영화 안중근
감초 배역들이 분위기 돋워
진지한 장면선 몰입 방해도

#. 영화 ‘영웅’에서도 손가락을 희생하며 독립의 의지를 불사르는 모습이 가장 첫 부분에 등장한다. 단지동맹의 배경이 된 자작나무 숲을 영화 특유의 방대하고 사실감 있는 규모로 표현했다. 새하얀 눈밭 위에 독립군들의 피와 붉은 해가 동시에 퍼지면서 대비를 이룬다.

안중근의 인간적 면모 부각

그가 전쟁에서 실패하며 내적으로 갈등하는 장면을 비롯해 독립운동을 걱정하는 가족과의 일화 등은 뮤지컬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영화는 그의 대한의병군 참모중장으로서의 모습뿐 아니라 남편이자 동료로서의 인간적인 모습을 동시에 부각하면서 서사를 쌓아나간다.
음악도 영화에선 빠지거나 새롭게 추가된 넘버(노래)들이 있다. 뮤지컬은 총 31곡의 넘버로 구성됐다. 안중근이 사형을 선고받는 재판장에서 부르는 ‘누가 죄인인가’를 비롯해 유명한 넘버들이 많다. 영화는 이 중 16곡을 생략하고, 뮤지컬엔 없는 1곡을 추가해 총 16곡을 부른다. 송스루(대사가 거의 없고 노래만으로 진행되는 형식)에 어색함을 느끼는 관객을 위해 노래와 대사를 절반 비중으로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영화에서 추가된 넘버 하나는 설희(배우 김고은 분)가 부르는 ‘그대 향한 나의 꿈’이다. 조국을 되찾기 위한 설희의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는 곡이다. 이토 히로부미의 야망을 드러내는 연회장에서 다른 인물들이 멈춰진 순간에 설희 혼자 살아 움직이며 부르는 장면이다. 윤제균 감독이 직접 가사를 썼다.

이토 히로부미와 설희를 싣고 하얼빈 역으로 향하는 기차 장면도 뮤지컬의 명장면 중 하나다. 달리는 기차 모습이 영상으로 표현되다가 순식간에 실물로 전환되는 무대 연출이 인상적이다. 영화에선 이 기차 배경이 더욱 현실감 있게 묘사되지만, 무대 특유의 독특한 연출을 찾아보긴 어렵다.
원작 뮤지컬을 제작하고 영화 기획에도 참여한 윤홍선 에이콤 대표는 “뮤지컬은 무대에서 열연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배우의 호흡과 몸짓을 현장에서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영화에선 확장된 스케일과 화려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본 관객 중 뮤지컬을 예매한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같은 영웅, 다른 영웅


노래와 춤이 주가 되는 장르적 특성상 뮤지컬 영화가 뮤지컬의 현장성을 그대로 따라가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오로지 작품성만 따진다면 뮤지컬이냐, 영화냐의 판정에서 뮤지컬의 손을 들게 되는 이유다. 배우들이 스크린 속에서 대사를 하다가 갑자기 노래로 넘어가는 연결 고리가 영화에선 다소 어색하다. 조잡한 특수 효과 처리가 곁들어진 배경은 수준이 높지 않은 뮤직비디오를 연상케 한다. 물론 접근성과 티켓 가격 등을 고려하면 영화의 압승이겠지만.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