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들고'·'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가을에 만나는 시인들…강은교·이병률, 산문집 나란히 출간
독서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강은교(77) 시인과 이병률(55) 시인이 최근 나란히 산문집을 내고 독자들에게 근황을 알렸다.

20일 출판계에 따르면 강은교는 시·산문집 '꽃을 끌고'(열림원)를, 이병률은 3년 만의 신작 산문집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달)를 각각 출간했다.

1968년 '사상계'를 통해 등단한 뒤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을 펴내며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해온 강은교는 50년 시력(詩歷)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시적 외침'을 재정리했다.

그는 자신의 시 83편을 5개 주제(어느 황혼을 위하여, 그대의 들, 어떤 사랑의 비밀 노래, 아직도 못 가 본 곳이 있다, 그리운 것은 멀리 있네)로 나눠 구성했다.

기존에 발표하거나 미발표한 시 중 83편을 고르고, 산문은 시를 창작했을 때와 비슷한 시기에 쓴 시론 중 주제에 맞춰 83편을 덧붙였다.

비교적 최근 발표한 시에 관해서는 일부 산문을 새로 썼다.

강은교는 신간 출간을 위해 기존 시·산문집과 에세이집들을 통독하며 '시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는 책에서 "더러 잊기도 하고 더 생생해지기도 한 퍼즐 조각 같은 언어들을 주워 담음으로써 '시와 산문이 함께 있는 삶' 전부를 정리하고 싶다"고 고백한다.

또 "내 어느 시의 한 구절에서처럼 '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라고나 할는지"라며 "긍정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늘 나만의 '시의 선(線)' 위에서 나아가려고 했구나, 진화하려고 했구나 할 수는 있지 않을까"라고 덧붙인다.

'꽃잎 한 장 창가에 여직 남아 있는 것은 내가 저 꽃을 마음따라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당신이 창가에 여직 남아 있는 것은 당신이 나를 마음따라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흰 구름이 여직 창틀에 남아 흩날리는 것은 우리 서로 마음의 심연에 심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꽃을 끌고')
책 제목이 된 시 '꽃을 끌고'는 창틀에 장미꽃잎 한장이 떨어져 시인을 빤히 쳐다보던 어느 날에 쓰였다.

그는 "순간 나는 장미의 피가 나에게 건너와 흐르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또는 별이든'('빗방울 하나가 5')
최근 교보생명 본사 광화문 글판 가을 편 문구로도 소개된 시다.

강은교는 언제나 비가 내리는 평화로운 마을 트로켄에 비가 오지 않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름에게 편지를 보내는 자매의 이야기가 담긴 동화를 연결한다.

가을에 만나는 시인들…강은교·이병률, 산문집 나란히 출간
시인 특유의 감성을 담은 여행 에세이 '끌림'(2005)을 시작으로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2012), '내 옆에 있는 사람'(2015) 등을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이병률의 이번 주제는 '사람'과 '사랑'이다.

이병률은 어느 늦여름 밤 제주의 한 바닷가에서 "새로 작업하는 것이 있냐"는 후배 시인의 질문에 "사랑 이야기를 한 권 쓸까"라고 답했다.

이를 계기로 사랑 이야기를 한 편씩 썼고, 그렇게 모인 글들이 한 권의 책이 됐다.

이병률이 찍은 사진들도 담겼다.

그는 "사람을 진정 사람이게 하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 그리움의 인자(因子) 때문일 것이고, 바로 그 그리움 때문에라도 사람은 섬뜩할 정도로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을 가지고 사는 건지도"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자체를, 최선을 다해 느낀다.

그러면 뭔가를 하고 싶어지게 되는데, 그게 결국은 사랑"이라고 강조한다.

이병률은 "짧게 줄여진 말이나, 직접적으로 하지 않은 말들 속에는 마치 뭔가가 발견되기를 기다렸다는 듯 우주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어떤 날엔 "한 사람이 혼자서 하는 게 사랑은 아니기에, 우리는 사랑하다가도 어긋나고, 이어보려 해도 고스란히 해진 자국을 남긴다"고 되뇐다.

책 제목이 된 글 '당신이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에선 "있는 그대로 한 사람을 사랑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라면서도 "사랑의 힘은 무엇도 될 수 있게 하고 그 무엇도 가능하게 했다"고 말한다.

▲ 꽃을 끌고 = 268쪽. 1만5천원.
▲ 그리고 행복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 272쪽. 1만5천800원.
가을에 만나는 시인들…강은교·이병률, 산문집 나란히 출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