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전쟁' 콜롬비아, 그곳에 K-정치가 상륙한다면
남미 유일의 한국전쟁 지원국인 콜롬비아는 한국과 비슷하면서 다른 길을 걸었다. 오랜 기간 식민지배를 받았지만 해방을 이뤄냈고, 사회주의 노선을 걸은 다른 남미국과 달리 자본주의를 택했다. 하지만 부정부패, 마약 문제, 반복되는 내전으로 한국과 같은 경제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반전》(윤성학 지음, 케이북스)은 콜롬비아가 한국식 민주주의를 택했다면 어땠을까를 상상한 소설이다. 남미의 로빈 후드로 불렸던 파블로 에스코바르 가비리아에 한국 ‘상사맨’ 박건우가 빙의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에스코바르(1949~1993)는 콜롬비아 마약 시장을 주름잡았던 실존 인물이다. 세계 최대 마약 조직 메데인 카르텔의 두목으로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고향에서는 선행을 베풀어 의적으로 불렸다. 대통령을 꿈꾸며 정치에 입문했지만 1993년 마약 단속국에 쫓기다 경찰에 사살됐다.

‘마약왕’으로 환생한 건우는 1984년 에스코바르가 정부와 대립을 선택한 바보 같은 결정을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상사맨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속도로를 깔고 중화학 산업을 일으킨다. 마약 조직과 부패 정치인을 척결해 사회를 안정시키고, 한국식 민주개혁을 통해 대통령까지 오른다.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반전》은 사실주의 소설이다. 소설의 배경과 많은 내용이 실제 사건에 기반하고 있다. 남미의 역사·문화뿐만 아니라 경제와 무역을 공부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박건우가 정치 지도자가 되는 과정에는 박정희, 김영삼, 노무현 등 K-정치 역사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