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에서 판매 중인 애플망고빙수. 신라호텔 제공
신라호텔에서 판매 중인 애플망고빙수. 신라호텔 제공
신혼부부인 김모 씨(34)와 박모 씨(34)는 지난 주말(1일) 신라호텔 로비에서 한 시간 반 이상 대기를 했다. 이 호텔이 최근 판매를 시작한 ‘애플망고빙수’를 먹기 위해서다. 아직 5월이라 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호텔 로비는 빙수를 먹으러 온 이들로 북적북적했다. 김 씨는 “워낙 값이 비싼 빙수로 유명해 되레 어떤 맛이라서 소비자들이 몰릴까 궁금했다”며 “1층 호텔 로비가 다 찰 정도로 대기 인원이 많아 입장하기 위해 1시간 이상, 빙수 나오기까지 또 30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신라호텔에서 파는 망고빙수는 한 그릇에 8만원이 넘는다. 김 씨 부부가 빙수와 커피 등을 함께 시키니 1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 청구됐다. 하지만 김 씨는 “사진도 찍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포스팅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매년 럭셔리 빙수 인기를 주도하는 서울 신라호텔이 애플망고빙수를 내놓으면서 고가의 호텔 빙수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료 고급화 등 영향으로 올해 특급호텔 빙수 가격은 한 그릇에 10만원에 육박하지만 어김없이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6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신라호텔 로비에 가면 김 씨 부부처럼 애플망고빙수를 먹기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도 가득 차 있다. 주말 오전이나 낮에는 1시간 이상, 저녁엔 2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빙수를 맛볼 수 있다.

2010년 처음 선보인 이 빙수는 통상 2∼3명 분량으로, 최고급 제주산 애플망고가 1.5~2개 정도 들어간다. 해마다 비싼 가격으로 논란이 되지만 소셜미디어 인증 열풍을 부르며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6만4000원)에도 가격이 화제가 됐는데 올해는 이보다 훨씬 더 값이 올랐다. 올해 8만3000원으로 작년보다 1만9000원(29.6%)나 인상된 것이다.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파는 빙수보다 가격이 6~8배 이상 비싸지만 판매가 잘 되는 데에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의 덕이 크다. 자신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MZ세대에게 호텔 빙수는 호텔 숙박보다 가격 부담이 적은 ‘스몰 럭셔리’ 상품으로 인지된다. 호캉스(호텔에서 즐기는 바캉스) 입문용으로 빙수를 즐기는 것. 실제로 서울신라호텔은 빙수 판매를 시작한 이후 로비 라운지 매출이 1.5배 늘었다.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1914라운지바에서 판매한 샤인머스캣빙수.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1914라운지바에서 판매한 샤인머스캣빙수.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지난해 기준 국내 호텔 최고가 빙수는 조선팰리스 서울강남 1914라운지바에서 판매한 샤인머스캣 빙수였다. 이 빙수에는 샤인머스캣 다섯 송이가 들어간다. 그 중 네 송이는 착즙해 빙수 얼음으로 제공하며 나머지 한 송이만 빙수 위에 놓인다. 9만8000원의 고가에도 하루 한정 판매수량인 20개가 매일 다 팔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빙수 값이 뛰면서 부담감을 느끼는 고객을 잡기 위해 1인 빙수를 내놓는 호텔도 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로비 라운지에서 1인용 빙수를 판매 중이다. 한 그릇에 5만7000원짜리 빙수지만 1인용으로 먹으면 3만7000원만 내면 된다. 3년 째 1인 빙수를 판매 중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선 전체 빙수 판매 중 40%를 1인 빙수가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젊은 층들 사이에서 빙수 인증샷 등의 열풍이 불면서 올해도 이른 5월부터 빙수를 찾는 고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라운지에서 빙수를 주문하는 테이블의 80~90%는 2030세대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