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한경DB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한경DB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이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 50명이 넘는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들이 짜증도 나고 마음에 안 드는 일도 있겠지만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면서 응원해야만 좋은 결과가 따라오게 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올해 초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졸전 탈락에 관해 최근 출간한 에세이 '축구의 시대'에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리더십을 옹호하면서 대표팀이 원 팀으로 나아가지 못 했다고 진단했다.

여기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승부조작 기습사면 및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 등 최근 축구팬들을 들끓게 만든 다양한 이슈에 관한 생각이 담겨 있다.

아시아컵과 관련해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각자 스스로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라고 옹호했다.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면서 응원해야만 좋은 결과가 따라오게 된다. 옆의 선수가 나의 모자라는 것, 나의 실수를 막아줄 수 있다는 신뢰가 필요하다"라고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재임 시절 대표팀에 집중하기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여론을 악화시켰다. 이 대회 후엔 영국 매체 '더 선'을 통해 손흥민과 이강인이 충돌한 '탁구 게이트'가 알려지기도 했다.
정몽규 회장의 30년 축구경영 회고 '축구의 시대' 표지.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의 30년 축구경영 회고 '축구의 시대' 표지.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정 회장은 에세이에서 "국내 축구 팬과 국민들은 대표팀 감독에게 아버지나 선생님 같은 리더십을 기대하는 것 같다"며 "클린스만 감독은 각자 스스로 프로페셔널해야 한다는 확고한 소신이 있었다. 평소 생활이나 숙소에서 활동, 식사 시간 등은 최대한 자유롭게 해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시안컵 사태를 통해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창의성과 원팀 정신의 오묘한 관계에 대해서 새삼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정몽규 회장은 대표팀에 대해 "50명이 넘는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감정의 기복도 있고 예민한 일도 발생할 것:이라며 "짜증도 나고 마음에 안 드는 일도 있겠지만 서로 존중하고 격려하면서 응원해야만 좋은 결과가 따라오게 된다. 옆의 선수가 나의 모자라는 것, 나의 실수를 막아줄 수 있다는 신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팬들은 아시안컵에서 벌어진 대표팀 내 갈등에 대해 '창의성이 넘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젊은 선수'가 선배들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고 위계질서를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을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감독과는 자율적 관계를 선호하지만, 선후배 간의 전통적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모순으로 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의 이런 에세이 내용에 대해 상당수 축구팬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수장이 한국 축구를 이끄는 게 가장 큰 문제", "가만히 있어도 욕을 먹는데, 왜 자꾸 입을 여는지 모르겠다", "대표팀 감독 선임으로 협회가 온갖 욕을 다 먹는데, 이런 에세이를 왜 지금 내는가"라는 등의 글들이 대거 올라오고 있다.

송종현 한경닷컴 뉴스국장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