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샤 세이건 에세이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 출간

"우주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든 우리가 태어났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각각의 삶의 기록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잊힐지라도 우리가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우리는 이 거대함의 일부였다"
미국 천문학자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코스모스'를 쓴 칼 세이건(1934~1996)의 딸 사샤 세이건(39)은 최근 번역 출간된 에세이 '우리, 이토록 작은 존재들을 위하여'(문학동네)에서 이처럼 과학적 사유가 녹아든 인문학적 시선으로 삶을 통찰한다.

칼 세이건과 영화 및 TV쇼 제작자인 앤 드류얀(72)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로부터 방대한 우주와 자연 현상에는 심오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으며, 현상을 비판적으로 보되 삶을 냉소적으로 보지 말라는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살아 있음의 모든 위대함과 끔찍함, 숭고한 아름다움과 충격적 비통함, 단조로움, 내면의 생각, 함께 나누는 고통과 기쁨. 모든 게 정말로 있었다"며 "이 모든 것이 광대함 속에서 노란 별 주위를 도는 우리 작은 세상 위에 있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축하하고도 남을 이유가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이 거대함의 일부였다"…칼 세이건 딸이 통찰한 삶
책의 꽤 많은 부분은 아버지와 함께했던 시간을 추억한다.

14살 때 아버지를 떠나보낸 저자는 과학적 사실이 그저 검증의 대상만이 아니라 아름답고, 경탄해 마땅하다는 것 등을 배웠다고 회고한다.

그는 부모님과 세상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며 '믿음'에는 증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한다.

믿는다고 해서 사실이 되는 건 아니며, 우리가 믿는 것들도 새로운 정보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도 덧붙인다.

생전에 '과학적 방법론'을 주장한 아버지를 언급하며 "과학은 아버지의 일이긴 했지만 세계관, 철학, 삶의 원칙이었다.

어떤 견해가 면밀히 들여다봐도 무너지지 않는지 검증하고 확인하는 방식이 과학이라고 했다"고 강조한다.

또 부모님이 낮에 일하는 도중 대두된 논쟁을 저녁 식사 때까지 이어갔던 게 자신의 사고를 풍부하게 해줬다고 말한다.

그는 "아주 복잡한 개념까지도 설명해주려고 애썼고 무시하는 태도 없이 다정한 존중심을 보여줬다.

작은 아이의 몸 안에 갇힌 교수처럼 대했다"고 회상한다.

어릴 때는 아버지와 시간여행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영화 '백 투 더 퓨처' 3부작을 되풀이해 보며 분석하기도 했다고 한다.

다른 시대에 산다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에 푹 빠져 다른 세기를 탐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바다를 향해 두 손으로 작은 창 모양을 만들고 오래전에도 똑같았을 풍경을 보며 옛사람들의 삶을 상상한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감정이었을지 떠올리며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로 시간여행을 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한다.

"우리는 이 거대함의 일부였다"…칼 세이건 딸이 통찰한 삶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한 말 중에 "미안하다"는 말이 있었다는 것도 떠올린다.

딸이 살면서 상실과 슬픔을 겪을 때마다, 때론 삶의 최고의 순간에서도 아버지의 부재를 느끼게 될 것에 대한 미안함임을 뒤늦게 알았다고 한다.

저자는 태어남과 성장, 명절과 결혼, 죽음 등 인간의 생애주기에 따른 사건들을 계절의 순환이란 자연의 리듬과 이어나가며 우리가 행하는 일상 속 작은 의식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꽃봉오리가 올라오는 봄날엔 가족들과 티 파티를 열고, 하짓날에는 세상을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며 시간여행을 한다.

첫눈 오는 날을 기념해 아이스크림을 먹고, 기도를 드리거나 초에 불을 밝히기도 한다.

사샤 세이건은 자신의 첫 책에서 "부모님에게 바치는 찬사이자 러브레터라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

두 분이 아니었다면 내 삶의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 테다.

사랑과 지혜, 관대함과 믿음 덕에 내가 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홍한별 옮김. 360쪽. 1만6천 원.
"우리는 이 거대함의 일부였다"…칼 세이건 딸이 통찰한 삶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