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인간의 합리적 선택 방해하는 '잡음'
인생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선택과 결정을 잘하는 것이 멋진 인생을 사는 비결이라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잘못된 선택이나 후회하는 결정을 반복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들어 세계 출판 시장에서는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돕는 책들의 출간이 이어지고 있다. 행동경제학, 뇌신경과학, 인지심리학 등의 분야에서 여러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내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선택과 결정에 한 발짝 더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5월 18일 영국에서 출간된 《노이즈(Noise)》도 선택과 결정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는데 대니얼 카너먼, 올리비에 시보니, 캐스 R. 선스타인 등 저자들 이름만으로도 폭발적인 인기의 이유가 설명된다. 이 조합이 정말인가 싶을 정도로 행동경제학 분야 최고의 학자들이 뭉쳐 대단한 역작을 탄생시켰다. 《넛지》(캐스 R. 선스타인 지음), 《생각을 위한 생각》(대니얼 카너먼 지음)에 이어 다시 한번 세계 출판 시장을 뒤흔들 채비를 갖췄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인간의 합리적 선택 방해하는 '잡음'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나쁜 결정을 한다. 인간의 판단이 있는 곳에는 항상 노이즈가 있기 때문이다.” 책은 인간의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방해하거나 왜곡하는 다양한 요인을 ‘노이즈(소음)’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편견이나 편향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데 비해 노이즈는 상대적으로 예측하기도 힘들고 변동성도 강하다. 노이즈는 또한 빈번하게 발생한다. 같은 데이터라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상황에서 제시되면 전문가들조차 다른 판단을 한다.

예를 들어 같은 도시에 있는 두 명의 의사가 동일한 환자에게 다른 진단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같은 법정의 두 명의 판사도 동일한 범죄자에게 다른 형을 내릴 수 있다. 심지어 같은 의사가 오전에 진료하느냐, 오후에 진료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환자에게 다른 진단을 할 수 있고, 같은 판사가 월요일에 판결하느냐 수요일에 판결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범죄자에게 다른 판결을 할 수도 있다. 일관적이어야 하는 판단에 대해 이렇게 변동성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노이즈’다.

저자들은 인간의 의사 결정이 당시의 기분과 식사 여부, 날씨 등 다소 엉뚱한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의료 행위, 공중 보건, 법원 판결, 경제 예측, 기업 경영, 성과 검토, 직원 채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이즈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노이즈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처 방안도 함께 제안한다. 판단하는 사람의 숫자를 늘리면 노이즈를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다.

[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인간의 합리적 선택 방해하는 '잡음'
의료 분야에서도 일종의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의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더 나은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도 인터뷰와 다른 평가 항목에 일종의 구조와 공식을 적용함으로써 노이즈를 줄일 수 있다.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노이즈를 차단할 수 있지만, 최종 판단은 늘 인간의 몫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책은 공공영역에서 발생하는 잦은 실수와 만연한 불공정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노이즈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