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군 신부 카폰' 개정판 서문서 언급…6월 출간 예정
故 정진석 추기경 마지막 글…"충실한 사제 되겠다는 다짐 지켜"
지난 27일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이 '종군 신부 카폰'을 번역할 때를 회상하며 "카폰 신부님 몫까지 두 배로 충실한 사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까지 그 다짐을 지키며 살고 있다"는 마지막 글을 남겼다.

한국전쟁에 참전해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박애를 실천하다가 북한 포로수용소에서 숨진 에밀 카폰 신부는 '한국전의 예수'로 불린다.

한국엔 1956년 정 추기경이 '종군 신부 카폰'이라는 제목의 번역판을 내면서 소개됐다.

30일 종교계에 따르면 정 추기경은 건강이 악화해 병원에 입원 중이던 지난 3월 초 '종군 신부 카폰' 개정판을 준비했고, 이 책은 오는 6월 가톨릭출판사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정 추기경은 3월 10일로 날짜가 적힌 서문을 쓰고 서명했다.

이 개정판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 신부가 정 추기경이 미리 쓴 서문에 구술을 추가해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신부가 서문을 정리해 읽어주면 정 추기경이 이를 듣고 일부를 수정해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추기경은 서문에서 "지난달(2월)부터 병원에 입원한 후 몇 번이나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며 "주님 안에 안식하는 것이 큰 은총이지만 아직 부족한 제가 할 일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문을 쓰기 며칠 전 카폰 신부의 유해가 70년 만에 발견됐다는 보도를 접한 정 추기경은 "소식을 전해 듣고 바로 하느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며 "카폰 신부님의 신원이 확인돼 (유해가)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고 하니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다"고 밝혔다.

정 추기경은 신학생 시절인 1956년 책을 통해 카폰 신부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도 소개했다.

정 추기경은 "카폰 신부님의 영문판 책을 번역하는 작업이 사제의 길에 대한 확고한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저도 6·25 전쟁을 겪었고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미군 종군 신부로 사목하시다가 하느님 곁으로 가신 그 모습이 저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많은 청년을 대신한 거룩한 죽음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오늘도 병상에서 카폰 신부님의 시복 시성을 위한 기도를 바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