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 시집 <히스테리아> 2020 전미번역상·루시엔 스트릭 번역상 수상
2014년 문학과지성사 454번째 시인선으로 출간된 김이든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히스테리아가 15일(현지시간) 미국문학번역가협회(ALTA: American Literary Translators Association)가 주관하는 2020 미국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과 전미번역상을 수상했다. 두 번역상을 한 해에 한 작품이 동시에 수상한 것은 미국 문학번역가협회 문학상 시상 이래 처음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은 미국 시인이자 불교문학 번역가로 활동한 루시엔 스트릭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영어로 번역된 뛰어난 아시아 시 작품의 번역가에게 시상하며 상금은 6000달러(687만원)이다. 한국문학 작품이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수상한 것은 최돈미 번역가가 2011년 발간한 김혜순 시집 전 세계의 쓰레기여, 단결하라!와 2019년 출간한 죽음의 자서전을 번역해 각각 2012년과 2019년에 상을 수상한 데 이어 세 번째다. 작년과 올해 2년 연속 한국문학 작품이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을 수상하는 기록도 세웠다.

이 시집은 감각적이고 도발적인 시 세계로 출간 당시 한국 시단에도 큰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심사위원들은 "히스테리아가 민족주의, 합리성과 서정주의, 사회 규범에 반기를 들면서 정치적이면서도 개인적인 혁명을 수행하고 있다"며 “긴장감 넘치고 불안정한 시편들은 독자의 손을 타오르게 해 현대 한국 여성시의 명징한 길을 여는 도화선이 됐다”고 평가했다.

1998년 제정돼 올해로 22년차를 맞이한 전미번역상은 미국문학번역가협회가 전년도에 미국에서 출간된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시 부문과 산문 부문으로 나눠 시상하고 있다. 번역문학 작품에 수여되는 다른 상과는 달리 원작과 번역본의 등가성까지 평가하는 상으로 그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한국문학 작품이 전미번역상을 수상한 것은 올해 히스테리아가 처음이다. 상금은 2500달러(286만원)이다. 이번 심사평에서는 "의도적으로 과도하고 비이성적인 시 언어로 도시의 일상 경험을 표현하는 흥미롭고 놀라운 작품집"이라고 평가했다.

이례적으로 두 개의 상을 수상한 김이듬 시인은 미국 일간지 인터뷰 등을 통해 "이미 한국의 많은 젊은 시인들이 해외에 다양하게 번역 소개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달라"며 "제 시집을 영어로 훌륭하게 번역해준 번역팀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미국에서 이 책을 번역 출간한 액션 북스(Action Books)는 미국 노트르담대 산하 시 전문 번역 출판사로, 그동안 페미니즘을 비롯한 급진적인 정치성을 포용하는 다양한 국가의 전위적인 문학 예술을 소개해왔다. 특히 2016년에 출간된 김이듬 시인의 명랑하라 팜 파탈 외에 김혜순 시인 시집 3종, 최승자 시인 시집 등 한국 문학 시리즈를 번역 출간해 왔다. 이번 시집을 번역한 제이크 레빈, 서소은, 최혜지 번역가는 "더 다양한 장르의 한국문학이 번역돼 소개됐으면 한다"며 영어권에서의 한국문학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