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 음식의 위로 = 에밀리 넌 지음, 이리나 옮김.
미국 잡지와 일간지에서 음식 담당 기자로 활동한 저자가 음식을 통해 상처를 위로받고 불행을 극복해 가는 힘을 얻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직장에서 해고된 후 약혼자의 집에서 '전업주부'로 살게 된 저자는 오빠가 갑작스럽게 죽은 데다 약혼자와도 헤어지게 돼 거의 무일푼으로 살던 집을 나와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다.

술김에 자신의 비통하고 불안정한 신세를 한탄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그는 다음날 그 글에 수많은 위로의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란 동시에 새로운 희망을 엿보게 된다.

그리고 몇몇 친구들이 조언한 대로 '위로 음식' 투어, 즉 요리를 만들며 레시피를 모으고 삶을 되돌아보는 일을 하기로 계획한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의 유전자는 겹친 불행이 가져다준 기회를 놓치려고 하지 않았다.

관계를 맺는 데 서툴고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끊임없이 반추해야 했던 재활의 과정과 불안한 가정 분위기, 힘겨웠던 유년 시절은 그를 종종 다시 실의에 빠지게 했다.

저자는 그럼에도 특유의 명랑한 태도로 쉽게 절망하는 대신 지치지 않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 나간다.

그리하여 달갑지 않은 진실이라 할지라도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 모든 극복의 과정에 음식과 요리가 함께 한다.

책에 실린 18개의 에피소드마다 연관된 음식의 레시피가 소개되지만, 여느 요리책과는 달리 음식 사진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저자는 "믿음이 없을 때조차 음식은 우리에게 길을 보여주고 놀라움을 안겨주며 우리를 달라지게 하고 강하게 만들어준다.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열린 마음으로 나눠 먹으라. 그러면 똑같은 선물로 되돌아오는 경험을 할 것이다"라고 썼다.

마음산책. 368쪽. 1만5천원.
[신간] 음식의 위로·스타인웨이 만들기

▲ 스타인웨이 만들기 = 제임스 배런 지음, 이석호 옮김.
가공되지 않은 나무가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 피아노로 재탄생하기까지 11개월의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풀어낸다.

1850년 미국으로 이주한 독일 청년 하인리히 엥겔하르트 슈타인베크는 이름을 영어식인 스타인웨이로 바꾸고 가족과 함께 본격적인 피아노 제작 사업을 시작했고 뉴욕에 자리 잡은 지 10년 만에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공장'을 지을 정도로 성공을 거둔다.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며 기술의 탁월성을 인정받은 스타인웨이는 피아노 산업의 호황과 함께 사세를 확장하고 독보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그 이후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흥망성쇠를 겪고 결국 1972년 CBS에 매각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이어온 제작 과정과 전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부분의 악기 제조업체와 달리 스타인웨이는 노동자들의 대물림된 기억에 의존해 기술을 전수한다.

20~30년간 같은 일을 한 전임자의 일을 도제식으로 물려받은 장인들이 다음 20~30년간 차세대에 기술을 전해주는 방식이다.

뉴욕타임스 기자이며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저자는 뉴욕의 스타인웨이 공장을 찾아 원목 고르기에서 미끈한 피아노로 완성되기까지 24단계의 공정을 지켜봤다.

그리고 콘서트 그랜드의 디자인을 낳은 수십 년간의 혁신과 우연, 그리고 피아노 산업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과 음악계의 변화를 추적하는 한편 피아노가 세상에 나가기 전에 어떻게 독자적인 개성을 형성하는지를 탐구했다.

저자는 심지어 자신이 탄생 과정을 지켜본 피아노가 콘서트(Concert)의 'C'와 모델명 D의 'D'를 딴 'CD-60'으로 '신분'이 확정된 뒤 2년간 어떤 무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도 추적한다.

프란츠. 436쪽. 2만2천원.
[신간] 음식의 위로·스타인웨이 만들기

▲ 베토벤이 아니어도 괜찮아 = 최정동 지음.
수십 년간 수천 장의 LP 음반을 모으면서 음악을 즐긴 저자는 클래식을 '오랜 세월을 두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예술'이라고 나름대로 정의한다.

그에게 장르는 중요하지 않고 그저 언제나 사랑받아 마땅할 음악이 있을 뿐이다.

책은 바흐부터 쇼스타코비치까지 정통 클래식 작곡가들은 물론 몇백 년 후 '제2의 베토벤'으로 불릴 현대 작곡가와 지휘자, 연주자들도 다룬다.

또 '화양연화', '붉은 돼지' 등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미스터 션샤인' 등의 삽입곡으로 쓰인 뉴에이지, 샹송, 올드팝에 관한 감상평과 음악에 얽힌 개인적인 추억도 소개된다.

특히 "LP는 가청 주파수 음역만을 담은 CD보다 자연스럽고 풍성한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더 음악적"이라고 한 저자는 직접 찍은 소장 명반의 커버 사진 여러 장을 책에 실었다.

소개되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도록 각 장 첫머리에 해당 곡의 연주 동영상 사이트와 연결되는 QR코드를 수록했다.

한길사. 352쪽. 1만9천원.
[신간] 음식의 위로·스타인웨이 만들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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