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평생 광대"…사물놀이 창시자 김덕수 조명

사물놀이란 꽹과리, 징, 장구, 북을 중심으로 연주하는 국악의 한 장르다.

탄생한 지 4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우리 안에 사물놀이는 생각해보면 늘 존재했다.

마을마다 행사가 있으면 그 마을의 예인들은 어김없이 출동해 마당에서 신명 나는 잔치를 벌였다.

마당 안에서 벌어지는 '타악기의 향연'은 남사당패로 일했던 예인 김덕수(68)가 어린 시절부터 보았던 친숙한 장면이다.

사물놀이 창시자 김덕수의 일생을 그린 음악극 '김덕수전傳'이 이달 28일부터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데뷔 63주년을 맞은 김덕수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1957년 남사당 데뷔부터 현재까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했다.

한국 전쟁 이후 피폐했던 공연계의 현실,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모토 아래 진행된 해외 진출과 사물놀이의 번성, 군부독재, 그리고 K팝의 세계화까지 현대사와 사물놀이 역사를 2시간 분량으로 담았다.

"'김덕수전'은 제 고해성사 같은 이야기죠"
김덕수는 1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월이 많이 흘렀다.

홍길동전, 춘향전은 알지만 김덕수전이라는 제목은 생소하기만 하다.

어깨가 그만큼 무겁다"며 '김덕수전'은 "내 인생의 고해성사 같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김덕수의 '고해'처럼 김덕수전에는 김덕수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겼다.

극본을 쓴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1년여에 걸쳐 김덕수를 인터뷰해 그의 삶과 감정, 그가 통과한 시대를 정밀하게 엮어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5살 때부터 남사당에서 공연한 일, 1년에 절반은 해외 공연에 다녔던 일, 동료와의 이별, 교육자로서 고군분투했던 일 등에 대한 기억이 이 전기(傳記)와도 같은 음악극에 담겨 있다고 김덕수는 말했다.

"누구나 좋은 일만 있으면 얼마나 세상이 아름다울까요? 그러나 불행히도 인생은 그렇지 않고, 이는 저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우리 것에 대한 무지할 정도의 망각이 있었어요.

서양문화가 유입되면서 남사당패니, 광대니 그런 문화는 생활 속에서 잊혔죠. 사물놀이를 함께했던 원년 멤버들과는 10년도 함께 하지 못했어요.

독배 같은 장면들이 극에 나오죠."
해외에서 그는 수많은 음반을 냈다.

스티비 원더와 콜라보 작업을 했고, 엘비스 프레슬리, 톰 존스 등 당대의 팝스타와도, 마일스 데이비스 같은 위대한 재즈 뮤지션과도 함께 공연했다.

김덕수는 "그건 광대만이 가질 수 있는 권한, 특권이었다"며 "사물놀이가 좋고, 경쟁력이 있으니까 캐스팅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수전'은 제 고해성사 같은 이야기죠"
해외에서는 이처럼 주목을 받았지만, 국내에서 사물놀이의 위상은 여전히 높지 않다.

공연이 그리 많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 전통에 매진하는 후배들의 삶은 힘겹기만 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시대에는 더욱더 궁핍한 삶이 대기하고 있다.

물론 일부 K팝 후배들이 사물놀이나 국악을 자신들의 곡에 녹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는 "우리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곁가지일 뿐이지 어디까지나 그들의 문화적 뿌리는 서구 음악이라는 것이다.

김덕수는 "BTS의 음악은 팝 문화, 아프리카·라틴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이를 우리 것이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로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전통공연, 외면받고 있는 전통공연의 현실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우리 전통에 기반한 사물놀이의 힘을 믿고 있었다.

"세상에 나가서 공연하게 됐을 때, 대한민국의 인기 종목은 사물이었어요.

세상의 어느 장르와도 함께 잘 어울렸죠. 그래서 탄생한 게 사물놀이입니다.

사물놀이에는 한류의 피 같은 리듬, 울림, 신명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우리만의 맛과 멋이 깃들어 있습니다.

"
"'김덕수전'은 제 고해성사 같은 이야기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