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문장 / 당신에게로

▲ 진리의 발견 = 마리아 포포바 지음, 지여울 옮김.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에서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1907~1964)에 이르기까지 10명의 지나간 삶의 궤적을 훑는다.

시간적, 공간적으로 동떨어진 인물들의 전기를 나열한 것으로 보기 쉽지만, 이들의 삶은 서로 교차하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호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천문학자 마리아 미첼(1818~1889), 미국의 작가·여권 운동가 마거릿 풀러(1810~1850), 하녀 출신 스코틀랜드 천문학자 윌리어미나 플레밍(1857~1911) 등 책 주인공들의 삶은 시대와 불화하기도 하고 시대 앞에 좌절하기도 했으며 또한 시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놀라운 성취를 이뤘지만 무시당하고 빼앗기기도 했고 너무도 허무하게 바다에 잠겨버리기도 했다.

대부분 여성이거나 성소수자이거나 여성 또는 성소수자의 삶에 영향을 크게 영향을 받은 이들은 모두 대담한 사상가들로 크나큰 장애와 그 시대의 '성별 구조'를 극복해 천문학적 발견을 하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환경운동의 기반을 닦았다.

불가리아 출신 작가이자 문화비평가인 저자는 서문에서 "아름다운 삶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썼다.

다른. 840쪽. 4만4천원.
[신간] 진리의 발견·바다의 철학
▲ 바다의 철학 = 군터 슐츠 지음, 김희상 옮김.
최초의 철학자로 여겨지는 탈레스부터 세네카, 플라톤, 헤르더, 칸트, 헤겔, 니체, 야스퍼스와 같은 여러 철학자의 사유를 끌어내 철학적 사고와 바다가 어떤 관계인지를 탐구한다.

철학과 교수로서 역사철학과 종교철학, 예술철학을 아우르며 휴머니티 이론에 천착하는 책들을 집필한 저자는 만약 인류가 지느러미와 아가미를 지닌 바다 동물이었다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지각하고 다른 철학을 갖게 됐을 것이라며 바다를 다른 시각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저자에 따르면 고대 자연철학자들은 바다를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보고 신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플라톤은 이와 반대로 바다는 전혀 신적인 것이 아니며 도덕을 위협하는 추악한 존재로 봤다.

지리상의 발견, 대양 항해의 활성화와 맞물려 근대 철학은 바다의 소유권은 과연 누구에게 있느냐는 시급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로티우스와 칸트, 헤르더, 헤겔 등이 나름의 답을 내놓았다.

기계로 어획을 하고 해저의 석유를 찾아 구멍을 뚫고 해변 모래로 건축을 하며 바다를 쓰레기 처리장으로 쓰는 태도는 새로운 윤리학, 바다를 주로 다루는 생명윤리학을 촉발했다.

저자는 "바다의 착취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되리라는 점은 확실하다.

그 철학적 대답인 생명윤리학은 불확실하기만 하다.

환경 윤리와 그 성공은 정신과 문화적 의식에 달려 있으나 오늘날 지배적인 자연과학은 이런 의식을 전혀 키워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유출판. 332쪽. 2만1천원.
[신간] 진리의 발견·바다의 철학
▲ 마지막 문장 / 당신에게로 = 안소영 지음
인상적인 이미지나 사건, 혹은 특정 시기에 주목해 한 인물의 삶과 당대 역사를 그려낸 '역사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시리즈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책이다.

역사적 사실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소설적 요소를 가미해 인물의 인간적 매력을 되살리고 작가의 눈으로 그 당시 사회를 해석한다.

'마지막 문장'은 글을 배우고 익힌 자의 구실을 다하려 애썼지만, 시대와 신분의 한계에 부딪힌 천여 년 전 문장가 최치원과 백여 년 전 구례 선비 황현의 삶을 두 사람의 시와 함께 그려낸다.

통일신라 말기의 어지러운 시대상과 골품제의 억압, 망국으로 치닫는 구한말 조선의 풍경, 황현의 벗인 이건창, 김택영, 이기 등 당대 문사들의 삶도 더듬어간다.

'당신에게로'는 퇴계 이황이 상처한 다음 새로 맞이한 부인 권씨 이야기다.

사화에 휩쓸려 멸문되다시피 한 집안 출신의 권씨는 정신마저 온전하지 않았다.

혼기를 넘어서는 딸 때문에 근심하던 아버지는 예안의 젊은 선비 이황에게 간곡히 부탁했고 이 집안이 겪고 있던 고초에 마음 아파하던 이황은 기꺼이 혼인을 받아들이지만, 부인은 산고 끝에 서른이 조금 넘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다.

저자는 혼인한 뒤 한 번도 마음을 터놓지 못했을 권씨 부인의 처지에 연민을 느끼며 그가 혼백으로나마 속말을 한다면 어떠할지 상상해 본다.

200쪽 / 184쪽. 각 1만2천원.
[신간] 진리의 발견·바다의 철학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