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이정진 PKM갤러리 개인전 '보이스'
미국 대자연에서 포착한 내면의 울림

사진작가 이정진은 1988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주로 미국 서부 대자연을 렌즈에 담는다.

활동무대와 이력만 놓고 보면 광활한 자연의 압도적인 풍광을 담은 컬러풀한 사진이 연상되지만, 그의 작품은 오히려 동양적이고 정적인 분위기다.

15일부터 이정진 개인전 '보이스'(Voice)가 열리는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는 한 폭의 수묵화 같은 고요한 풍경이 펼쳐졌다.

작가는 인적 드문 자연에서 마주한 찰나의 내적 감정과 울림을 전한다.

흑백 사진은 현실 시공간을 벗어난 듯한 세계로 관람객을 이끈다.

지난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이후 2년 만인 개인전에서 작가는 특유의 시적인 작품 25점을 선보인다.

이정진은 한지에 인화하는 작업으로 알려진 작가다.

감광유제를 바른 한지에 인화하는 아날로그 작업은 선명한 사진을 원하는 대로 뽑아내는 디지털 인화와는 전혀 다르다.

물리적으로도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한지 인화 작업은 이정진의 독특한 명상적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오프닝'(Opening) 시리즈가 한지 인화 작업으로 탄생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최근 한지 인화 대신 디지털 작업 방식으로 변화를 시도했다.

작품 한장을 얻기 위해 며칠을 씨름해야 하는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 촬영에 더 많은 시간을 쏟고자 하는 바람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아날로그 방식 작업에 필요한 필름 등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진 이유도 있다.

작가는 "한지에 작업하는 작가로 불렸지만 필요에 따라 선택한 것일 뿐 항상 그 방식을 고집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라며 "아날로그 작업을 충분히 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디지털로 작업한 '보이스'는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대형 사진 연작이다.

전작보다 더 큰 사진에 자연에 투영된 작가 내면의 목소리를 담았다.

디지털로 출력한 작품이지만 여전히 한지 결이 살아있는 듯한 질감을 낸다.

이정진은 "내 작업은 어떤 장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나무나 바위, 흙 같은 대상을 통해 구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느낀 감정을 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막 촬영을 다닌 지 30년이 됐는데 그곳에 촬영하러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진은 따라오는 결과"라며 "자연과 만나면서 처음에는 굉장히 개인적인 일기장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든 인간이 가진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감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홍익대학교에서는 공예를 전공한 이정진은 1990년대 초반에는 20세기 사진 거장 로버트 프랭크의 제자이자 조수로 활동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휘트니미술관, 워싱턴 내셔널갤러리 등 세계적인 미술 기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3월 5일까지.
미국 대자연에서 포착한 내면의 울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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