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AI 스피커 카카오미니에 명령하고 있는 광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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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스피커가 음악시장을 바꾸고 있다. 스마트폰 스트리밍으로 발라드, 댄스, 힙합 음악이 주로 각광받던 데서 AI 스피커 보급으로 동요와 자장가, 팝송, 클래식 등 ‘생활밀착형 음악’ 이용이 늘어나는 등 변화가 일고 있다. 주요 음악플랫폼은 관련 콘텐츠를 보강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세분화하는 데 힘을 쏟기 시작했다.

◆AI 스피커 음악 재생, 매달 33%씩 증가

어린이들이 AI 스피커 카카오미니에 명령하고 있는 광고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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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엠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뮤직플랫폼 멜론이 올 1~5월 AI 스피커 카카오미니에서 가장 많이 이용한 콘텐츠를 조사한 결과 음악 재생, 날씨 정보, 알람 설정 순으로 나타났다. 음악 장르 중에서는 1위인 동요에 이어 자장가, 팝송, 클래식 순으로 많이 들었다. 동요 중에서는 핑크퐁 곡이 1위, 뽀로로 2위, 나비야가 3위였다. 멜론 전체 소비 장르 순위에서 1위가 발라드, 2위 댄스, 3위가 힙합인 것과 달랐다. 멜론은 2016년 9월 국내 최초로 AI 스피커에 음악 서비스를 적용한 이후 지난달 AI 스피커에서 음악 재생을 이용한 건수가 도입 당시보다 50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국내 2위 플랫폼인 지니뮤직은 지난해 2월 AI 스피커 음악 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지난달까지 월평균 음악 재생횟수가 33%씩 증가했다. 가장 성장세가 큰 어린이 음악 재생건수는 도입 당시보다 월평균 20만 건 늘었다. 클래식은 4만 건 이상 늘어났다. 카카오엠과 지니뮤직 관계자는 “AI 스피커 기반 음악 월간 스트리밍 건수의 상승 추세가 플랫폼 매출 증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AI 스피커인 기가지니 사용자가 늘면서 지니뮤직은 지난 5월 신규 가입자가 1년 전에 비해 145% 증가했다.

◆AI 스피커 명령어 대부분이 음악

인공지능 스피커, 음악시장 덩치 키운다
음악이 AI 스피커에서 많이 재생되는 콘텐츠가 된 것은 이용 습관과 관련이 있다. 카카카오미니 사용자가 즐겨 쓰는 명령어는 1위 ‘지금 몇 시야’, 2위 ‘노래 틀어줘’, 3위 ‘오늘 날씨 알려줘’ 순이다. 음악 콘텐츠 재생을 명령할 때 이용자의 취향을 AI가 기억한다.

지니뮤직이 AI 스피커 기가지니 사용자의 명령어를 조사(4~5월) 한 결과 1위 ‘음악 꺼’에 이어 ‘음악 틀어’(2위) ‘동요’(3위), ‘다음 곡’(4위), ‘자장가’(5위) 등 1~5위가 모두 음악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스피커에서 동요 콘텐츠 이용이 많은 이유는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 때문이다.

홍세희 지니뮤직 사업본부장은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즐기는 주요 고객은 1020세대지만 AI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즐기는 주 고객은 3040세대”라며 “3040세대는 최신 유행음악보다는 유행을 타지 않는 웰메이드 노래에 관심이 많고 AI 스피커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알아서 음악을 큐레이션해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키즈 음악과 팝송 콘텐츠 강화

2016년 9월 SK텔레콤이 멜론 서비스를 적용한 ‘누구’를 시작으로 등장한 국내 AI 스피커는 5월 말 현재 누적 판매대수가 약 150만 대에 달한다. 연말까지 3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멜론은 AI 스피커 사용량이 늘면서 어린이 및 태교 장르 콘텐츠를 강화한 ‘멜론 키즈’를 내놨다. 동요, 캐릭터, 비디오, 동화, 클래식 등 콘텐츠 다양성을 확보하고 태교 음악, 만화주제가, 교과서 동요 등 아이들의 성장 시기와 교육 환경에 따라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멜론의 스마트 음성검색 ‘멜론 스마트 i(아이)’와 ‘카카오 미니’에서도 멜론의 키즈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지니뮤직도 동요 관련 음악 데이터베이스를 보강하고 정교하게 재구성했다. 또 AI 스피커에서 팝송과 클래식을 발라드보다 많이 듣는 것에 주목해 최신 팝송과 올드팝, 클래식 등을 이용자의 상황과 날씨, 감정, 시간 등을 고려해 음악을 제공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세분화했다. 카카오엠 관계자는 “AI 스피커가 음악시장을 확장시키고 풍성하게 해준다”며 “음악회사들의 가치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엠 관계자는 "음악은 일상에서 가깝게 접하는 콘텐츠"라며 " 다양한 IT(정보기술)와 음악콘텐츠를 융합할 수 있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