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간은 왜 돈 앞에서 비합리적으로 행동할까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공짜로 생기는 돈은 함부로 써버리고 공짜강의는 힘들어도 찾아다니면서 듣는다. 투자자들은 주가가 급등하기 직전 주식을 팔아버리기 일쑤다. 도저히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인간의 판단과 선택이 비일비재하다.

이 같은 ‘비합리적 인간’을 이해하려는 연구 분야가 바로 행동경제학이다. 1990년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전통 경제학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일반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행동경제학을 소개하고 있다. 이 분야는 심리학, 뇌과학 등과 접목돼 다분히 학제적이고 융합적이다. 경제적 모델이나 통계를 싫어하고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이론을 정립한다.

《행동경제학 교과서》는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교수면서 행동경제학과 의사결정센터 이사를 맡고 있는 토마스 길로비치와 경제기자 개리 벨스키가 함께 집필한 행동경제학의 지침서다.

저자들은 일반 소비자나 돈을 빌리는 사람, 예금자, 투자자의 마음속을 중시한다고 강조한다. 기존 연구자들의 업적을 바탕으로 돈을 다룰 때 인간의 움직임을 알기 위한 간단한 지침으로 만들었다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무엇보다 경제 현실에서 사람들의 비합리적이고 복잡한 심리를 날카롭게 파헤친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미국인이 팁을 내는 이유에 주목한다. 경제서적 저자로 유명한 러셀 로버츠가 주목한 부분은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을 때 빈번하게 사회적 경험 규칙에 따른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무의식적으로 맹목적으로 팁을 건넨다는 것이다. 팁의 불가사의 이론이다. 저자들은 이처럼 행동경제학의 가장 큰 주제인 인간의 선택과 판단의 버릇에 대해 조명한다.

이 책의 백미는 후반부에 정리된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숙고해야 할 10가지 원칙들이다. ‘매몰비용의 오류’ ‘확증 편향’ 등 기존 경제학의 이론과 배치되는 행동경제학의 원칙들을 잘 정리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