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박수근 '두 여인'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재산이라곤 붓과 팔레트밖에 없습니다. 나는 훌륭한 화가가 되고 당신은 훌륭한 화가의 아내가 되어주시지 않겠습니까?’

‘국민 화가’ 박수근 화백(1914~1965)이 젊은 시절 아내 김복순을 연모하며 청혼 편지에 담은 내용이다.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고 변변한 그림 스승도 없었던 박 화백은 평생 아내의 눈을 통해 본 척박한 가난의 현장을 정직한 감성으로 화면 위에 재생시켰다. 사랑스러운 아내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고 찌든 삶을 극복하려는 아내의 모습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봤다. 그가 어려운 시절을 관통하며 미술사에 길이 남긴 명작에 장사를 하거나 열심히 일하는 여인들이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60년대 작품 ‘두 여인’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아낙네를 소재로 한 대표작이다. 바쁜 일상을 뒤로하고 담담히 앉아 있는 두 여인을 화강암 같은 투박한 질감으로 감칠맛 나게 형상화했다. 흰 저고리와 치마를 입은 시골 아낙네들을 어려운 생활고에 맞서 살림을 꾸려 나가는 한국의 뭇 여성으로 은유했다. 여인네들의 고즈넉한 모습은 전반적으로 부드럽고 정적인 서정성이 두드러진다. 두 여인을 배치한 매우 단순한 설정이지만 박 화백이 즐겨 쓴 소재라는 점에서 그의 미학적 특징을 잘 읽을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