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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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뒤엎고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국내 서점가에 트럼프 열풍이 불고 있다. 부동산 재벌이자 TV스타, 괴짜 막말꾼이자 전략적인 정치가로서 흥미로운 이력을 이어온 트럼프가 대체 누구이며, ‘트럼프 열풍’은 어떻게 일어나게 됐는지, ‘트럼프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책 속에서 답을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서다. 대형 서점에서는 트럼프 관련 도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일부 출판사는 주문량 급증에 따라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10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트럼프 관련 책은 전날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모두 700권이 판매됐다. 미국 대통령선거 직전 1주일간 트럼프 책 판매량(53권)보다 13배 이상 많이 팔렸다. ‘트럼프 책’은 교보문고 인터넷 일간 베스트셀러 순위권에도 진입했다. 트럼프가 쓴 《불구가 된 미국》이 지난 9일 일일 베스트셀러 18위,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이 지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가 19위를 차지했다. 트럼프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도 25위에 올랐다.

예스24에서는 트럼프 관련 서적이 9일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725권이 판매됐다. 대선 전 트럼프 책의 하루 평균 판매량(4권)과 비해 9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트럼프 관련 도서 구매자의 성별 비율은 남성 61.7%, 여성 38.3%였다. 이 중 30대 남성이 20.7%로 가장 많았고, 40대 남성(20.3%)과 20대 여성(15.3%)이 뒤를 이었다. 인터파크에서도 트럼프 책 판매량이 대선 개표 직전보다 9.5배 증가했다.

[책마을] '아웃사이더 대통령' 그는 누구인가…서점가에 '트럼프 열풍'
《불구가 된 미국》을 번역·출간한 이레미디어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 전 하루에 10권가량 판매되던 책이 9일에만 1200부 팔렸다”며 “초판 3000부의 재고가 소진돼 재판을 찍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대선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 자신의 정책 비전을 담아 출간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펼칠 정책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하다.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인가’란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17개 장에 걸쳐 이민, 외교, 교육, 에너지, 의료보험, 총기 소지, 언론, 세법 등의 이슈에 대한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설파한다. 외교정책에서는 ‘힘을 통한 운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 맺은 합의를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한다. 또 이민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불법 이민’은 막아야 한다고 선을 긋는다.

[책마을] '아웃사이더 대통령' 그는 누구인가…서점가에 '트럼프 열풍'
《거래의 기술》(살림)은 트럼프가 저널리스트 토니 스워츠의 도움을 받아 1987년 펴낸 회고록이다. 출간 당시 32주간 뉴욕타임스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화제를 모았다. 세상의 변화를 남보다 빨리 읽고, 성공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강하고 빈틈없고 야비할 정도로 냉정한 트럼프의 면모를 만나볼 수 있다. ‘크게 생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언론을 이용하라’ ‘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 등 그가 삶과 거래의 지침으로 삼는 11가지 원칙을 소개했다.

[책마을] '아웃사이더 대통령' 그는 누구인가…서점가에 '트럼프 열풍'
국내외 학자와 정치 전문가들이 트럼프 현상을 진단하고 당선 이후를 전망한 책들도 주목받고 있다. 애런 제임스 UC어바인 철학과 교수가 쓴 《또라이 트럼프》(한국경제신문)는 트럼프 현상을 현실적이면서도 철학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저자는 트럼프를 ‘최고의 철면피(asshole)’로 규정한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미국인들의 극에 달한 정치 혐오와 냉소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기존 정치체제에 환멸을 느낀 대중의 무력감이 최고의 철면피인 트럼프야말로 강력한 통치로 현실을 뒤엎고 질서를 회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책마을] '아웃사이더 대통령' 그는 누구인가…서점가에 '트럼프 열풍'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라온북)는 김창준 전 의원이 국제문제 전문가 김원식 씨와의 대담을 통해 ‘트럼프 시대’를 예견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모색했다. 김 전 의원은 직접 경험한 미국 사회와 정치, 의회와 정책 결정 방향, 시스템 등을 토대로 미 대선 결과가 세계 정치 사회의 판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예상한다. 또 트럼프 현상과 미국 사회 전반의 보수화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짚어보고, 새로운 판에서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