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육식공룡 구애 상상도(위)와 연구진이 발견한 흔적화석(아래).
대형 육식공룡 구애 상상도(위)와 연구진이 발견한 흔적화석(아래).
한국의 공룡학자들이 포함된 국제 공동 연구진이 백악기 대형 육식공룡이 짝짓기를 하기 위해 구애행위를 한 흔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과학계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공룡의 구애행위에 대한 첫 증거라며 공룡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정도의 대대적 발견으로 평가하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임종덕 연구관을 비롯해 한국과 미국, 캐나다, 중국, 폴란드 등 5개국 연구진은 미국 콜로라도주에 있는 1억년 된 백악기 지층에서 두 발로 보행하는 수컷 육식공룡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발톱으로 땅을 긁어 알둥지를 만든 흔적을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신호(7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발견한 화석은 공룡 뼈가 아니라 행동과 습성이 흔적으로 남은 ‘흔적 화석’이다. 지금까지 공룡 행동을 가늠할 수 있는 흔적 화석은 발자국과 알둥지, 피부흔적, 배설물, 위석(공룡 위에서 발견된 돌) 등 다섯 가지가 전부였다. 연구진이 발견한 화석은 키가 11.5m에 이르는 대형 육식공룡인 수컷 아크로칸토사우루스가 암컷을 유인하려고 커다란 발톱으로 땅을 긁은 자국이다. 이 같은 형태의 흔적 화석은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다. 미국 콜로라도주 서부 2곳, 동부 1곳에서 최소 60개 이상 집중적으로 발견됐다. 임종덕 연구관은 “대형 육식공룡 수컷들이 암컷 하나를 놓고 각자 발톱으로 땅을 긁어 가짜 알둥지를 만들어 서로 겨뤘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커다란 몸집을 가진 수컷 육식공룡들이 짝짓기 시기에 선택받기 위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구애행동을 했다는 최초의 증거”라고 소개했다.

이번 연구는 2011년 한국 제안으로 처음 시작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미국 콜로라도대 연구진은 국내 남해안 일대 공룡화석지의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비교 연구로 이번에 화석이 발견된 콜로라도 백악기 지층에 대한 학술조사를 진행했다. 화석의 최초 발견부터 분석연구, 3차원(3D) 사진측량, 국제비교연구 등 연구 전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박근태/박상익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