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천경자 화백의 대표작 미인도.
사진은 천경자 화백의 대표작 미인도.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둘러싼 '진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천 화백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면서 재점화된 진위 논란은 과거 공방이 재연되는 모습이다.

천 화백의 장녀 이혜선 씨를 제외한 장남 이남훈, 차녀 김정희, 사위 문범강, 차남 고(故) 김종우의 아내 서재란 씨 등 유족과 이들의 법률대리인 배금자 변호사는 9일 '미인도 위작시비를 둘러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성명서'를 냈다.

성명은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며 감정협회 소속 정모 평론가가 허위 사실을 유포하며 고인이 된 천 화백의 명예를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는데 대해 한도가 지나쳤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인사는 위조했다는 사람의 양심선언, 그를 심문했던 전 검사의 증언이 나왔는데 이를 계기로 다시 한번 작가를 짓밟고자 나서고 있으니 유족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진실 규명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정씨가 1990년 출판된 화집에 미인도가 작은 흑백사진으로 포함된 것을 자신이 발견했다고 주장하는데, 그 자료는 이미 1991년 참고자료 중 일부로 제시됐다"고 말했다.

유족은 "정씨의 발언이 천 화백의 명예를 훼손시키고 있기에 형법상 '사자명예훼손죄'에 해당될 수 있어 유족들이 차후 법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음을 알린다"고 말했다.

앞서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었던 정준모 씨는 "미인도는 최소한 위작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이날 성명에서 "전문적이고 본격적인 재조사가 이뤄질 경우, 유족들은 충실히 협조할 것임을 알려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미인도'에 대한 재감정을 국립현대미술관에 요청했다.

이 부의장은 "국립현대미술관은 한 번 감정받은 그림을 재감정한 전례가 없어 곤란해하고 있는데, 국회나 유족이 요구하지 않으면 재감정하지 않는다고 해 지난 5일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미인도 진위 규명작업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진행하고자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