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국왕의 동정 및 국정 운영 사항을 일기체로 정리한 일성록(日省錄)과 5 · 18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심사하는 국제자문위원회(IAC)는 2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제10차 회의를 열고 일성록과 5 · 18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안건을 심의,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에게 등재를 권고키로 결정했다.

유네스코 사무국은 ICA 회의 결과를 25일 공식 발표한다. IAC의 등재 권고 결정이 나오면 사무총장이 통상 2~3개월 이내에 최종 확정하지만 유네스코에서는 IAC 등재 권고 결정이 나면 등재가 확정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한국은 모두 9개의 세계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세계기록유산이 가장 많다.
1997년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이 처음 등재됐고 2001년 직지심체요절(프랑스 국립도서관 소장)과 승정원일기,2007년 조선왕조 의궤와 해인사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에 이어 2009년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4월 현재 83개국 193건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전 세계의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 · 활용하기 위해 1997년부터 2년마다 국제자문위원회를 통해 선정하고 있다.


일성록, 국왕 동정ㆍ국정운영 일기체 정리
5ㆍ18 기록물, 광주 민주화운동 자료 망라


일성록과 5 · 18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우리 기록유산의 우수성을 다시한번 확인해준 쾌거로 평가된다. 기록유산의 보존과 관리사업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보 제153호인 일성록은 조선 후기에 국왕의 동정 및 국정의 제반 운영 사항을 매일 일기체로 정리한 연대기다. 1760년(영조 36)부터 1910년(융희 4)까지 151년간의 국정 운영 내용이 기록돼 있다. 한 질로만 편찬된 유일본,필사본이며 총 2329책이 모두 남아 있다.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하고 있다.

연대기라는 점에서는 조선왕조실록,승정원일기와 같다. 그러나 실록과 승정원일기는 국왕을 3인칭으로 표현해 기사를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고 있지만 일성록은 국왕을 1인칭인 '여(予 · 나)'로 기록하고 있어 국왕주도의 기록물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술방식에서도 보통의 연대기처럼 시간 순의 편년체가 아니라 국정의 주요 현안을 '강(綱 · 표제)'과 '목(目 · 세부 사실)'으로 나누어 기록,원하는 기록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일성록의 세계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강문식 규장각 학예연구사는 "일성록이 조선시대에 국한된 역사기록물이 아니라 세계사적 보편성을 갖는 자료로서 인정받았다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성록은 151년간의 기록인데도 2329책에 달할 만큼 방대하다"며 "중국 등과 비교해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훨씬 방대하고 세세한 기록정신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5 · 18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은 1980년 5월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를 중심으로 전개된 민주화 시민운동 관련 자료를 총칭한다.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자료,시민 성명서,사진 · 필름,피해자 병원 치료기록,국회 자료,국가 보상 자료,미국 비밀해제문서 등 5 · 18 전개 과정과 흐름을 보여주는 자료가 망라돼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