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이 사춘기에 대항하고 사춘기를 거쳐가는 방법은 다양하다. 오현종씨의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문학동네)과 김혜정씨의 《닌자 걸스》(비룡소)는 힘겨운 사춘기를 통과하는 소녀들의 모습을 그린 청소년소설이지만,이들이 현실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대조적이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의 주인공 은효는 성적이 자기 인생의 발목을 잡는다고 여긴다. 서울 변두리 여중에 수석으로 입학하는 바람에 아이들의 눈총에 시달리게 된 은효는 따돌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국어고에 진학한다.

하지만 외고에서 은효는 그나마 장점마저 무력해지는 쓴맛을 본다. 부유한 집안 환경에 원어민 강사의 질문에까지 척척 대답하는 똑똑한 급우들 사이에서 은효는 금색 잠자리테 안경,치아교정기,노랗게 곪은 여드름까지 '찐따'의 조건을 두루 갖춘 데다 공부까지 못 하는 초라한 신세로 전락한다.

가뜩이나 부족한 어학 실력에 설상가상으로 교정기를 껴 부정확한 발음까지 지닌 은효에게 외국어 수업 시간은 고역이다. 이방인이 된 은효는 '잠시 머무는 정거장'인 교실에서 '기차가 다다를 목적지를 상상하느라 다른 승객들과 삶은 계란을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눌 여유가 없는' 사춘기를 버텨낸다. 교정기를 끼고 고군분투해야 하는,고통스럽고 지루한 어학시간 같은 시기가 사춘기일지도 모르겠다.

이와 달리 《닌자 걸스》는 와플이 되기를 거부하는 여고생 네 명의 이야기다.

"우리 꼭 와플 같지 않냐? 형체가 없었던 반죽이 결국 똑같은 모양으로 찍혀 나오잖아.학교는 와플 기계고 우리는 와플이야."

이들이 다니는 모란여고에는 학교의 이름을 딴 '모란반'이 있다. 이 반은 공부 잘 하는 학생들만 추려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실시하는 심화반이다.

음식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뚱뚱해진 은비는 외모 때문에 오디션에서 자꾸 떨어지지만 연기자의 꿈을 접을 수 없다. 그런 은비에게 연극 출연 기회가 오지만 모란반 보충수업 때문에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릴 위기에 처한다. 그러자 은비를 포함해 친구 4인방은 모란반 폐지 대작전을 세우고 온갖 기발한 수단을 동원한다. 소녀들이 세상에 대항하는 법은 이처럼 유쾌하고 발랄해야 제맛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