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동안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정말 행복했습니다. "

마니프국제아트페어의 전시기획자,아미화랑 대표,미술 전문지 '아트프라이스' 발행인,숙대 미대 강사로 활동해온 김영석씨(52)가 첫 개인전을 앞두고 털어놓은 속마음이다.

올해는 김씨가 화랑 등을 운영하다가 40대 초반인 1999년 붓을 잡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인지 22일 서울 청담동 아미화랑에서 만난 그의 얼굴은 자못 상기돼 있다. 그만큼 작가로서도 인정받으려는 의욕이 엿보인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마니프국제아트페어의 미술기획자로 자리를 잡았으면 됐지 미술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무슨 작가로 활동한다고 설치냐는 식의 국내 화단 일각의 질시어린 시선 때문이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듣지요. 그래서 화랑과 마니프국제아트페어를 운영하며 남몰래 학점은행제를 통해 미술대를 졸업했습니다. 2007년에는 홍익대 대학원에 입학했구요. 또 올초부터는 숙명여대 회화과 3학년을 대상으로 실기 수업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실제 그는 1990년 말부터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공모전에 열두 번 도전해 열 번이나 입선과 특선의 영예를 안을 정도로 숨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1970년대 말 무형문화재 강령탈춤을 이수받았던 이색 경력의 소유자.그러나 1980년대 말 프랑스 파리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뒤 1991년 서울 신사동에 아미화랑을 열고 미술사업에 뛰어들었다.

1995년에는 국내 최초로 국제적인 규모의 미술장터인 '마니프국제아트페어'를 열어 그동안 국내외 화가 3000여명에게 전시공간을 제공했다. 또 2004년에는 미술품을 경제적인 시각에서 접근한 미술전문 잡지 '아트 프라이스'를 창간해 시장에 대한 안목도 길렀다. 작년에는 국내 미술품의 유통 가격을 연구하는 '한국 미술싯가감정협회'를 세워 투명하고 건전한 시장 육성의 초석을 다지고 있다.

오는 29일부터 5월5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 주제는 '환생'.인생 3모작을 이제막 시작한다는 의미와 하나의 생명체가 환생한다는 생각에서 이렇게 정했다. 이번 전시에는 보름달처럼 둥실한 곡선미와 풍만함,순백의 미학이 깃든 달항아리의 이미지를 시안 물감으로 정교하게 그린 100호 이상 크기의 대작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전면에 덩그랗게 놓여진 백자항아리 뒤로는 무수한 땡땡이가 그려져 있어요. 이는 제가 이제껏 살아온 하루 하루를 계산해 그려넣은 2만개의 삶의 흔적입니다. "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