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책 출간 바람이 거세다.

연예인 책 출간 붐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는 회고록이나 에세이 일색이었던 것이 최근에는 소설, 자기계발서, 재테크ㆍ어학서적 등으로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연예인 출간 책들이 상당기간 베스트셀러 목록을 점령하고 있다는 점도 예전과 다른 양상이다.

◇빅뱅ㆍ타블로ㆍ현영 책 등 큰 인기 = 연예인 책 출간 열풍의 한가운데 있는 것은 아이돌 그룹 빅뱅이 쓴 자기계발서 '세상에 너를 소리쳐'다.

1월 출간된 이 책은 예약판매 기간부터 뜨거운 반응을 받으며 출간 2개월 만에 30만 부가 팔려나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나온 가수 타블로의 소설 '당신의 조각들'이 현재 16만5천 부가 팔렸으며 뒤이어 나온 영문판도 한 달 만에 벌써 2만 부가 판매됐다.

지난해 5월 출간된 '현영의 재테크 다이어리'도 재테크 서적의 부진 속에서도 15만 부가 팔리며 선전했다.

2004년 출간돼 총 36만 부가 팔리고 144쇄가 인쇄된 김혜자의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를 비롯해 배두나의 '두나's 런던놀이', '조혜련의 박살 일본어', 이적 소설집 '지문 사냥꾼' 등도 호응을 얻은 연예인 저자의 책이다.

이러한 가운데 영화배우 차인표가 25일 소설 '잘가요 언덕'을 출간할 예정이며 탤런트 구혜선도 내달 1일 일러스트 픽션 '탱고'를 내놓으며 연예인 작가 대열에 동참한다.

이 두 작품은 현재 인터넷서점에서 인기리에 예약판매되고 있다.

연예인들이 번역가로 참여한 책들도 있다.

최근 가수 호란이 번역한 그래픽노블 '에밀리 더 스트레인지'가 출간됐고 가수 루시드폴은 브라질 소설을 번역 중이다.

이밖에도 여러 연예인들의 에세이와 뷰티북, 육아책 등이 줄줄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콘텐츠ㆍ독자층이 성패 관건 = 이 같은 연예인 책들의 판매 호조와 관련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과거 대중들을 지배하던 지식인층이 무너져가는 상황에서 시대의 첨단을 사는 연예인들에게 대중들이 기대를 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소장도 지적하듯 연예인 책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큰 차별성을 보이지 못한 채 연예인들의 이미지에만 기댄 에세이나 요리책, 사진집 등은 시장에서 반짝 관심을 얻는 데 그쳤다.

이와 관련 문학평론가 강경석은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 최근호에서 최근의 연예인 책 성공사례를 분석하며 "누가 뭐라 해도 문제는 콘텐츠 자체의 저력과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적이나 타블로의 소설이 의외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들이 '글 잘 쓰는 뮤지션'이었기 때문"이라며 "빅뱅의 '세상에 너를 소리쳐'도 영화로 치면 김세아(스토리디렉터) 감독, 빅뱅 주연의 웰메이드 상업영화"였다고 평가했다.

같은 잡지에서 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은 "기획이 얼마나 참신하고, 책 전체의 콘셉트와 내용이 얼마나 충실한가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며 "'두나's 런던놀이'는 배두나의 아마추어리즘적인 사진이 순수한 그녀의 이미지와 상응했기 때문에 성공했지만 순수한 놀이로 책을 두 권이나 내는 것은 이미 놀이가 아니라 쇼이기 때문에 (이후에 나온) '두나's 서울놀이'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최근 호응을 얻은 연예인 책들은 모두 충성도가 높은 10대 팬들에게 어필하는 연예인이 썼다는 점이 공통적"이라며 "따라서 10대 독자들을 얼마나 공략할 수 있는지가 연예인 책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