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3월 낮 최고기온이 89년 만에 최고치에 올랐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22.2도로 1920년 3월21일 측정된 3월 일최고기온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이는 이맘때 평년기온(12.1도)보다 10.1도 가량 높은 것이다.

경기 지역에서는 수원의 낮 최고기온이 22.4도로 8년 만에 예전 최고기록(21.8도)을 갈아치웠다.

수도권뿐 아니라 강원 영서지역도 낮 기온이 크게 올라 기록 경신이 잇따랐다.

원주는 낮 최고기온이 24.3도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인 22.6도(1977년 3월17일)를 1.7도 차로 제쳤고, 춘천은 23도를 기록해 역시 역대 최고치인 22.1도(2001년 3월24일)를 갈아치웠다.

하지만 강릉과 속초 등 강원 영동지역은 전날에 이어 낮 최고기온이 10도 초반에 머물렀고 중남부 지역 곳곳에서도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넘나드는 곳이 있었지만 기록 경신은 없었다.

이에 따라 신촌 거리와 청량리 등 서울 시내 중심가에서는 와이셔츠나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시민이 늘어났고 두꺼운 외투는 얇은 재킷과 카디건에 밀려 모습을 감췄다.

또 편의점과 매점 등에서는 아이스크림이 매진 직전에 이르렀고 커피숍 등에서는 차가운 음료를 주문하는 비율이 따뜻한 음료의 4배 정도로 크게 늘었다.

청계천 일대에서는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물놀이를 벌이는 모습이 관찰됐고 봄 산행에 나서는 발길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서울 도봉산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1만4천여명이 올라 지난주 토요일 같은 시간대보다 50% 가량 입장객이 늘었으며 관악산과 북한산 등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입장객 증가율이 기록됐다.

북한산 관리사무소의 한 직원은 "오늘은 가족 나들이객이 많았고 학교, 회사 등에서 온 단체 손님들도 상당수였다.

날씨가 따뜻해 꽃이 피고 새싹이 솟아나니 봄 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밤부터 비가 내린다는 소식에 서울 근교의 놀이공원이나 유원지로 향하는 나들이객들의 차량 행렬은 예상만큼 길지 않았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서울을 빠져나간 차량은 모두 20만1천대, 서울로 들어온 차량이 10만4천대로 통행량이 지난주보다 오히려 10~15% 줄어들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중국 화중지방에 위치한 기압골 전면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되면서 오늘 서울과 수도권, 강원 영서 지방의 기온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내일 오후부터는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기 시작하면서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해 내주 후반쯤 평년 기온을 되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