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혁림·김흥수·장두건 화백 등
왕성한 창작활동·작품전 눈길


"나이 90을 넘어서 까지 그림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희망을 놓지 않고 싶어서입니다. 열정적으로 살아가는데 대충이란 있을 수 없지요. 중요한 것은 옳은 것을 실행에 옮기는 의지가 아닐까요. "(이준 화백)

한국 서양화 1세대인 전혁림(94),이준(92),김흥수(90),장두건(92),장리석(94),정점식(93),이규호 (90) 화백 등 구순을 넘은 노화가들이 새해에도 붓을 놓지 않고 있다. 기력이 떨어져 붓놀림은 예전처럼 정교하지 않지만 '인생은 희망과 행복,자유를 붓질하는 과정'이라며 하루 너댓시간,길게는 8시간씩 작업에 몰두한다. 일부는 그룹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이거나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서울사대부중 은사인 장두건 화백은 두 번의 암수술을 이겨내고 서울 마포 공덕동 작업실로 매일 오전 10시에 출근,하루 5~10시간 정도 작업을 한다. 70여년의 화업을 '정성의 산물'로 규정하는 그에게 그림은 석공이 돌을 쪼듯 아름다움을 새기는 희망의 작업이다. 그는 9~10월께 문을 여는 포항시립미술관에 그동안 그린 작품 30여점을 기증하며 개관전에 참여 할 예정이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미술대전'에도 작품을 냈다.

이 준 화백 역시 아침 8시만 되면 어김없이 경기도 일산 자택 2층 화실로 올라가서 하루 8시간씩 빠짐없이 그림을 그린다. 요즘 그리는 작품은 원과 삼각형,그리고 사각형을 기하학적으로 조합한 추상화들이다. 오는 10월에 열리는 '대한민국예술원미술전'에 작품을 낼 예정인 그는 "붓질을 통해 삶의 활력과 건강을 얻는다"고 말했다.

전혁림 화백은 경남 통영의 작업실에서 하루 5시간 씩 화폭과 마주한다. 그렇게 작업실에 앉아 있어야 즐겁고 자유롭기 때문이다. 최근 그린 신작을 모아 10일부터 석달간 경기도 용인 이영미술관에서 작품전을 가질 예정.이번 전시에는 2m 크기의 도자기'바다와 하늘,새'를 비롯해 고향의 풍경을 소재로 한 추상화 작품 20여점이 걸린다.

'하모니즘'의 창시자로 꼽히는 김흥수 화백은 거동이 다소 불편하지만 여전히 하루 4~6시간씩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문화재를 만든다는 기분으로 언제든 영감이 떠오르면 붓을 들고 정신없이 작업에 매달린다.

장리석 화백도 화업의 끈을 놓지 않고 동부이촌동 작업실에서 하루 5시간씩 작업을 한다. 다음 달 말께 문을 여는 제주도립미술관에 최근작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작업실을 서울에서 최근 대구 봉덕동으로 옮긴 정점식 화백은 이규호 화백과 함께 지난달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의 특별전에 초대돼 전시회를 가졌다.

김경갑 기자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