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어록'이 사이버상에서 화제다.

미니홈피와 블로그를 통해 마치 '행운의 편지'처럼 확산되고 있다.

일반인 남녀의 짝짓기 프로그램인 KBS 2TV '좋은 사람 소개시켜줘'에 1월부터 고정 게스트로 출연한 그룹 파란(PARAN)의 라이언(본명 주종혁ㆍ23). 여기서 매주 자작시를 선보인 그는 시청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데뷔 8개월 만에 박수홍-박경림 MC 진영에 가세했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마치 바늘을 관통한 실처럼/당신은 나를 관통했습니다.'(바늘과 실)

'당신을 만나고/되고 싶은게 하나 생겼어요/그건/바로 당신의 눈물입니다/당신의 가슴에서 잉태되어/당신의 눈에서 태어나/당신의 뺨에서 살며/당신의 입에서 죽고 싶기 때문입니다.'(눈물)

'겁도 없이 난/당신이란 불씨를 삼키려 합니다/한번 타오르면 두번 다시/빛을 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까맣던 나의 과거를 희게 변화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오직 당신뿐이니까요.'(연탄과 불씨)

모두 라이언이 '좋은 사람 소개시켜줘'에 출연하며 선보인 자작시의 일부다.

인터넷상에 "감동"이라는 찬사와 함께 회자되고 있는 '라이언 어록'은 라이언의 글솜씨와 독서를 통해 쌓은 감성의 결과물.

"얼마 전 한 출판사로부터 시집 내자는 제의를 받았어요.

프로그램 특성상 대부분 사랑에 관한 시여서 시청자에게 공감대가 형성됐나봐요.

하지만 시집은 제게 아직 욕심인 것 같습니다.

저만의 느낌이 '팍' 올 때 도전하고 싶어요."

라이언의 섬세한 감성은 이미 과천고 재학 시절부터 도드라졌다.

시인 류시화에 빠져 있던 소년은 친구들의 연애 편지 대필 전담이었다.

고교 시절 한때 교제한 이성과 주고받은 연애 편지만도 신발 상자 2개 분량. 대학(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서도 한주 2~3권의 책을 읽고 순간의 메모와 일기 쓰는 습관은 여전했다.

물론 그의 일기에는 직설보다는 상징과 은유가 난무한다.

매주 '좋은 사람 소개시켜줘'에서 선보이는 창작시의 모티브는 어디서 찾는 걸까.

"요즘 창 밖을 보면 꽃밖에 안 보여요.

싱숭생숭하죠. 매순간의 느낌들을 메모해요.

365일 중 360일을 감성적인 느낌으로 살려고 노력합니다(웃음). 또 시간 날 때마다 서점에 가서 책을 읽어요."

한때 '카네기 인생지침서' '마시멜로 이야기'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등 삶의 철학을 심어주는 책에 빠졌지만 요즘 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등 일본 작가의 소설.

"섬세하게 써내려간 문체가 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영화로도 만들어진 원작 '냉정과 열정 사이'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무척 좋았어요."

선남선녀의 만남을 위해 창작의 고통을 겪는다는 라이언, 본인은 정작 외롭지 않을까.

결혼 적령기에 있는 출연진과의 나이 차로 '사심'은 생기지 않는다며 웃었다.

물론 남녀 출연진끼리 첫눈에 '찌리릿' 짝을 점찍을 땐 부럽지만 대리만족이 된단다.

"스스로를 외롭게 만드는 스타일이에요.

숙소(서울 논현동) 생활을 하는데 한방에서 다섯 멤버가 이층 침대서 생활합니다.

정신적으로 수렁에 빠질 땐 세상과의 문을 닫고 끙끙댔는데 동생들이 있어 슬럼프에 빠져도 빨리 복구가 되더라구요.

제가 리더인데 반대로 동생들에게 의지합니다."

파란의 데뷔 음반 활동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결과에 승복하지만 뚜렷한 그룹 색깔을 보여주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이다.

7~8월 2집을 내기 전에 연기 활동도 병행할 계획. 이미 SBS TV '일요일이 좋다'의 '반전드라마', MBC TV '레인보우 로망스' 등에서 연기를 선보인 그에게 드라마, 영화 시나리오도 5~6편이 들어온 상태다.

나이답지 않게 속 깊고, 카리스마 있는 외모와 달리 감성과 귀여움을 고루 갖춘라이언은 그 자체가 여러 의미를 내포한 메타포(metaphor:은유)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