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 배우ㆍ가수가 아닙니다.


저를 통해 한국을 알면서 더 많은 훌륭한 배우와 가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열도에 첫발을 내디딘 배우 겸 가수 안재욱(35)이 겸손하고도 당당한 출사표를 던졌다.


공식적으로 일본을 첫 방문한 안재욱은 31일 3천500석 규모의 일본 도쿄 NHK홀에서 첫번째 단독 콘서트 '안재욱 퍼스트 콘서트 인 재팬'을 펼친다.


공연 하루 전인 30일 오후 5시 NHK홀에서 한ㆍ일 합동 기자회견에 나선 그는 일본 진출에 대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일본어로 짧은 인사를 한 안재욱은 다소 긴장된 모습도 보였지만 취재진에게 "편하게 웃으며 대화하자"는 말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했다.


또 기자회견 직후 '혼잣말' '두루루' '그대 떠나가도' 등 노래 세 곡을 선사했다.


이날 현장에는 산케이스포츠 등 100여 명의 현지 취재진이 몰려 그의 일본 시장 진출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안재욱이 출연한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 '해바라기' '천생연분' 등이 일본에서 방송됐고 '오 필승 봉순영'이 4월 위성채널을 통해 전파를 탄다.


다음은 기자회견 내용과 이후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엮은 것이다.


--일본 첫 방문이다. 소감은.


▲일본 포니캐년과 음반 발매 계약을 맺어 공연을 열게 됐다.


첫 무대여서 설레고 긴장된다.


보통 해외 공연에선 그 나라 팬들의 기(氣)를 받는데 일본 팬들이 어떤 기운을 줄지 기대된다.


이미 많은 연예인들이 일본 활동을 시작했지만 시기가 늦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29일 나리타 공항 입국장에 1천여 명의 팬이 몰렸는데 어떤 인상을 받았나.


▲이른 아침부터 많은 분들이 공항에서 기다려주셔서 감사했다.


그들이 공항에서 나를 기다린 건 몇 시간, 몇 년의 기다림과 맞먹을 것이다.


이번 공연으로 보답하겠다.


--한국에서 발매한 5집 '사운즈 라이크 유(Sounds Like You)'가 일본에서 어제(29일) 출시됐다.


일본어로 된 음반 등을 낼 생각인가.


▲박용하, 류시원 등 기존에 활동한 한류 스타들과는 다르다.


나는 일본어로 된 음반을 내고 현지 활동을 하는 개념이 아니라 외국 가수가 와서 (라이선스로 음반을 내고) 공연하는 개념이다.


가을께 일본에서 베스트 음반을 발표한다.


--콘서트 티켓이 15분 만에 매진됐다는데.


▲정확히 15분 걸렸는지 확인 안해봐서 모르겠다.


NHK홀에서 지금껏 많은 훌륭한 가수들이 좋은 공연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이곳에서 팬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


--일본어를 배우고 있나.


▲일본어 과외를 꼭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많은 해외 아티스트가 한국 공연 때 한국말을 하지 않는다고 팬들이 등돌리진 않는다.


공연에선 가능한 한 말을 많이 하지 않을 것이다.


내 말이 통역될 때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


--중국서도 여러 차례 공연했는데 일본 팬을 위한 특별 무대가 있나.


▲5집 발매 후 첫 해외 공연을 일본에서 열어 의미 있다.


일본서 사랑받은 드라마 O.S.T 곡, 4집까지의 히트곡, 5집 수록곡을 선보인다.


평소 해외 공연 때 현지 팬들이 좋아하는 곡을 서비스로 부르는데 어떤 노래를 부를지 기대해달라.


--'아시아의 프린스' '아시아의 기사'라는 애칭이 있다.


배용준은 '욘사마', 이병헌은 '뵨사마'로 불리는데 일본에서 어떻게 불리길 원하나.


▲배용준의 '욘사마'도 본인이 붙인 게 아니지 않나.


처음 와서 어떤 호칭이 붙을지 잘 모르겠다.


일본 팬들이 걸맞은 닉네임을 붙여줬으면 좋겠다.


--5~6월 개그맨 신동엽, 배우 차태현 등 지인들이 결혼한다.


결혼 계획이 있는지. 이상형의 여자는.


▲신동엽, 차태현은 개인적으로 무척 가까운 사람들이다(안재욱은 신동엽 결혼식 사회를 맡는다). 그들의 결혼 사실을 미리 알았는데도 막상 날짜를 잡으니 섭섭하더라(웃음). 또 마음 한편이 허했다.


나도 그런 날이 오길 바란다.


하지만 나 혼자만의 의지론 안된다.


아직까지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이상형은 매일 바뀐다.


나와 함께 하는 사람이 이상형일 것이다.


--한국 대표 가수로서 해외 활동을 많이 했는데 마음가짐은.


▲해외 시장에 알려졌단 이유만으로 자신감이 생기고 더불어 책임감을 느낀다.


해외 공연을 할수록 나 자신보다 더 착해지는 것 같고 행동도 조심스럽다.


그러나 무대에서는 당당하게 공연하려 한다.


한류 속에서 활동하며 내 마음이 넓어지는 걸 느낀다.


--중국 활동 계획은.


▲중국에선 음반보다 공연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다.


중국 공연을 안한 지 2년이 됐다.


하반기에 공연할 예정이다.


--아시아권 시장에서 활동하며 느낀 점은.


▲불과 몇 년 전까지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문화는 제각각 다양성으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시아 대중문화가 하나된 느낌이다.


서양과 다른 정서가 한 길로 통하나보다.


음악, 드라마를 같이 이해하는 걸 보면 앞으로 아시아가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잡을 것 같아 긍정적이다.


(도쿄=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