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한류 열풍이 이제 한국 영화배우의 외모를 흉내내는 성형수술 열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이 20일 보도했다. 문화상품의 수출을 통해 한국적인 미인의 개념이 아시아 일대에서 인기를 끌게 되면서 아시아의 여성들과 일부 남성들이 얼굴을 뜯어 고치기 위해 서울로 몰려오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얼마 전만 해도 싸구려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파는 매력없는 산업국가로 알려졌던 인구 4천800만의 한국은 아시아 일대에서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홍콩의 야심 많은 여배우인 케이트 슈(25)는 한국 드라마의 팬이다. 그는 성형수술로 외모를 예쁘게 고친 후 연예계에서 성공을 거두겠다고 작심하고 4월에 1천500㎞ 떨어진 서울을 찾았다. 여성스런 용모에 도톰한 입술을 한 여배우 송혜교를 특히 좋아하는 그는 서울에서 코를 세우고, 눈을 더 커 보이게 하고, 턱을 깎는 수술을 했다. 한국의 텔레비전 드라마를 즐겨 보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한국 배우들의 사소한 동정까지 챙겨 읽는 그는 "한국 여배우들은 정말 예쁘다"며 "그들은 오똑하고 우아한 코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에서 신데렐라성형외과의원을 경영하는 외과의사인 정종필 박사는 "고객 중 약 10%가 외국인이고, 나머지가 내국인이라며 "많은 환자들이 잡지에서 한국 배우의 사진을 오려 와 이런 얼굴로 고쳐 달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다른 성형외과 병원 의사인 정동학 박사도 환자 중 대략 15%가 외국인이라고 어림잡았다. 그는 "한류 열풍이 시작된 이래 외국인 환자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최근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환자들의 주류는 중국, 대만, 홍콩에서 오는 사람들이다. 이 같은 한류 열풍의 중심지로 한국이 이미지 변신을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한국 정부가 연예산업을 유망 수출산업으로 지정하고 전략적으로 지원하면서부터다. 특히 영화산업은 정부의 지원과 민간 투자자금의 유입으로 큰 혜택을 누렸다. 이제 일본부터 싱가포르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국가들에는 한국의 힙합, 멜로드라마, 공포영화부터 로맨틱코미디물까지 한국의 다양한 문화상품들로 넘쳐 난다. 한국의 여배우 이영애가 주연으로 출연한 사극 `대장금'은 홍콩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가 됐다. 홍콩 사람의 40% 이상이 이 드라마를 시청했다. 가수 보아는 일본에서 브리트니 스피어스보다 더 잘 팔리는 가수다. 2004년에 중국 텔레비전 방송국은 무려 100편이 넘는 한국의 드라마를 방영했다. 이렇게 한국의 스타들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인의 외모가 아시아 일대 미인의 기준으로 통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대해 일부 사회학자들은 국제적인 미디어를 휩쓸고 있는 백인 미남-미녀 배우에 대한 아시아인들의 반발로 파악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중국여성연맹의 간부인 왕 시메이는 "한국의 문화는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우리가 너무 멜로드라마와 예쁜 여배우에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일부 비판가들은 한국인의 외모와 관련, 많은 사람들을 매혹하는 것이 결국 다른 아시아인들보다 하얀 피부와 높은 코 같은 서양인과 비슷한 특징이라고 꼬집었다. 또 일부 한국 여배우들이 공개적으로 성형수술 사실을 고백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수술 전 얼굴과 수술 후 얼굴이 널리 유포되면서 한국의 거의 모든 배우들이 성형수술을 받았을 것이라는 억측이 퍼지게 된 것도 성형수술 붐에 기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외국인 환자와 한국의 성형외과 의사를 연결시켜주는 일을 하는 대만의 리 이슈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성형수술 유행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