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몇 명에 불과할 지라도 말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길은 열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국내 최초의 `덴마크어-한국어 사전' 출판을 위해 고국을 찾은 덴마크 한글학교교장 오대환 (50.덴마크 한인교회) 목사는 10일 한국과 덴마크를 이어주는 가교로서 덴마크어-한국어 사전의 필요성을 이 같이 강조했다. 지난 30일 방한한 오 목사는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덴마크 등 각국과 교류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언어는 그 나라 사람들의 혼인 데 여기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마저 봉쇄한다면 한국인으로서 직무유기"라고 열변을 토했다. 어렵사리 번역까지 마친 덴마크-한국어 사전은 현재 자금 부족으로 국내 한 출판사의 창고에 원고 상태로 묵혀 있는 상황이다. 덴마크에서 한인교회를 운영하면서 한국어 도서관과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오 목사가 덴마크어-한국어 사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2년 전도활동을 위해 덴마크로 떠났다가 박보경(65.여)씨를 만나면서부터. 박씨는 조경 전문가인 남편 김성문씨가 유명을 달리하자 1985년 모든 것을 정리하고 두 아이와 함께 덴마크로 이주한 교포. 박씨는 가족과 주변 교포들이 덴마크어-한국어 사전이 없어 덴마크어 습득에 어려움을 겪자 명지출판사와 협의를 거쳐 덴마크어-영어 사전을 덴마크어-한국어 사전으로 번역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박씨는 지난해 말 10여년간 고독한 번역작업 끝에 1천쪽에 달하는 덴마크어-한국어 사전의 원고를 완성했지만, 자금을 구하지 못해 아까운 원고를 여태 출판사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이에 오 목사가 그녀의 힘겨운 작업을 곁에서 지켜보다가 본격적으로 돕기로 나서기로 했다. 오 목사는 작년부터 덴마크 한국대사관과 덴마크 교민, 한국선급법인 등을 통해500만원 가량을 모았지만, 아직 사전출판에 필요한 1천300만원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 그는 "사전은 한국에 대해 배우고, 한국어를 알고 싶어하는 교민 2세와 입양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번 고국행이 첫 덴마크어-한국어 사전 탄생의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구 520만의 덴마크에 거주하는 현지 교민은 220여명에 불과하지만, 1960∼70년대에 입양된 한국인들을 포함하면 1만여명에 달한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