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힘들고 외로울 때 사람들은 문득 구멍난 벙어리장갑이나 손풍금,황금색 캐러멜 등 어린시절 함께 했던 추억의 물건들을 떠올리곤 한다. 가난했지만 행복했던 그 시절 기억들의 힘으로 현대인들은 힘든 오늘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문학평론가 박동규 서울대 교수가 펴낸 신작에세이 '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대산출판사,8천원)은 독자들을 어려웠던 '그 때 그 시절'로 데려간다. 1950년 마을 아이들과 한패가 되어 옥수수를 나눠 먹던 열여섯 살의 인민군 병사,피난길에 종일을 굶다 어느 시골 할머니가 쥐어준 개구리 참외의 뽀얀 속살을 보는 순간 눈물을 주체 못하는 아이 등 참혹한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사람'들이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주었던 그 시절 이야기다. '그땐 야박하지 않았어요''낡은 반코트를 입고 다녀도''작은 여분의 행복' 등 3장으로 나뉘어진 52편의 작은 이야기를 통해 세상이 각박하게 변하긴 했지만 그래도 사랑은 변한 것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인 박목월의 맏아들로 태어나 아버지가 만들어준 수제 노트를 가지고 학교에 가야 했지만 글쓰는 명예로움으로 가난을 잊고 살았다는 저자의 고백에서는 가족간의 끈끈한 사랑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