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와 회화의 만남" 12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 서예가 황석봉(54)씨의 작품은 영락없는 추상회화다. 의미가 담긴 문자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작가는 이를 서예라고 주장한다. 전시 제목인 "불립문자(不立文字)"는 문자를 쓰지 않고도 문자가 지니는 의미를 전달한다는 뜻이다. 황씨는 지필묵(紙筆墨)을 사용하지 않는다. 캔버스나 오동나무 상자가 종이를 대신하고 나이프가 붓을 대신한다. 아크릴로 두텁게 밑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묵필로 일 획을 가한 작품이다. "읽을 수 있는 문자가 없다고 문자가 아닌 게 아닙니다.문자 아닌 문자를 통해 제 마음의 파동을 전달하려는 게 저의 의도입니다" 황씨는 이를 현대적 조형서예라고 부른다. 서예의 대중화 예술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1998년부터 시도한 작업이다. 작가는 서예정신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서예작품이라고 주장하지만 관람객들이 작가의 그런 의도를 이해할지는 의문이다. 27일까지. (02)720-1524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