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여행지 가운데 하나로 홍콩을 꼽는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지난해에도 전체 출국자의 4분의 1은 홍콩으로 향했을 정도다. 이토록 많은 한국인 여행자들이 주저 없이 선택하는 홍콩 여행의 이유가 바로 쇼핑과 요리. 중국 요리는 질리지 않는 즐거움이 있고 감히 몇 가지나 되는지 셀 수 없는 신비로움 마저 품고 있다. 더구나 누가 어떤 새로운 비법에 따라 만들어 내놓느냐에 따라 요리는 다양한 맛을 내고 그 이름도 달라진다. 재료와 요리법을 빗대어 가끔은 싯구를 방불케 하는 멋스러운 요리명이 새롭게 탄생하기도. 홍콩은 대만과 더불어 이처럼 다양한 중국 요리들이 총망라된 곳이다. 중국 전역의 손꼽히는 요리사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기에 홍콩만큼 좋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매년 10월경이면 홍콩 최고의 요리를 가리는 대회가 열리곤 한다. 북경, 사천, 상해, 광동 등 중국 4대 요리가 여러 분야로 나뉘어 경합을 벌이는 것. 홍콩의 주요 레스토랑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참가하게 된다. 지난해 돼지고기 부문에서 우승을 거머쥔 곳이 60년의 전통과 명성을 자랑하는 융키(鏞記) 레스토랑. 매일 저녁 홍콩 시민들로 레스토랑의 홀이 가득 차는 이유는 차시우라고 불리는 광동식 돼지고기 요리 때문이다. 매실 소스로 튀겨 내어 비린 맛은 찾아 볼 수 없다. 광동식 요리법에 따라 고온에서 재빨리 튀겨내기 때문에 껍질은 마치 과자처럼 바삭거리기까지. 졸여 낸 해파리와 같이 먹기도 하지만 약재로 익힌 살코기는 한 동안 입안에서 독특한 향과 감칠맛을 머금게 한다. 여기에 색깔만큼이나 진한 맛이 일품인 중국산 소흥주(紹興酒)를 곁들이면 이만한 '입사치'는 따로 없을 듯 하다. 홍콩 반환후에도 이 맛을 잊지 못한 영국 관료들이 비행기로 공수해 간다는 사연도 전해진다. 누구나의 입맛에 잘 맞는 간단한 요리로 딤섬을 빼 놓을 수 없다. 중국의 딤섬은 대충 세어 보더라도 2백가지가 넘을 정도. 속에 무엇을 채우는지, 어떤 모양으로 빚었는지, 무엇을 첨가해서 반죽을 했는지에 따라 새로운 메뉴가 끝없이 선보인다. 차와 함께 새우, 돼지고기 등을 전분 반죽에 쪄내거나 파이처럼 구워낸 딤섬들. 광동 요리의 본고장답게 특히 해산물을 이용한 딤섬들이 입맛을 돋군다. 오랫동안 영국 식민지였던 관계로 홍콩 시민들은 딤섬에 반드시 애프터눈 티를 곁들이는 것이 습관처럼 돼 있다. 커피나 홍차에는 케익 한 조각이 어울리지만 중국 전통 차에는 아무래도 딤섬이 가장 어울린다. 란카위퐁과 소호 등의 거리에서 찾은 전통 찻집에서 어김없이 최고의 향과 딤섬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맛 여행의 짬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이 홍콩의 또 하나의 매력 쇼핑이다. 무관세 자유무역 지대인 홍콩에서는 세계적인 명품들은 세금이 제외된 비교적 싼값에 거래되어 왔다. 대표적인 쇼핑몰로 홍콩섬 코즈웨이 베이의 퍼시픽 플레이스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형 백화점 두 세 개를 합한 듯한 웅장한 규모. 한 층 한 층 화려한 숍들의 도열에 취해 있다 보면 명품 패션의 세계 트렌드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 구룡반도의 침사추이와 템플 스트리트도 주요 쇼핑 지역. 특히 템플 스트리트는 저렴한 물건을 한 데 모아 놓은 야시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과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스텐리 마켓이 제격. 의류와 중국 전통 생활도구, 기념품 등을 파는 가게들이 허름하면서도 정겨운 느낌으로 마주하는 곳이다. 특히 중국산 옥과 석재에 도장을 새겨주는 곳은 서양인들의 눈과 발을 어김없이 붙잡아 놓는다. 사인 문화에 익숙한 그들에게 중국식 도장은 낯선 문화와의 즐거운 만남인 셈이다. 여행문의 =캐세이패시픽 항공(02-3112-800), 홍콩관광진흥청(02-778-4403) < 글 = 남기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