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민호씨(35)는 얼마전 역삼동 LG아트센터 옆에 위치한 라이브바 '오 아이 오(O.I.O)'를 찾았을때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곳은 보통의 술집처럼 어수선하거나 시끄럽지 않았다.


30대가 대부분인 손님은 2백여평의 실내 중앙에 자리잡은 무대에서 공연중인 한 외국인밴드의 라이브 공연에 집중하고 있었다.


외국인밴드의 가창력과 안무는 수준급.


인테리어나 무대장식도 웬만한 콘서트장과 비교해도 뒤질 것이 없었다.


손님들중 일부는 가수들의 율동에 맞춰 즉석에서 춤을 추며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


식사와 음료만 주문하면 모든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덜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김씨는 "직장생활하다 보면 제대로 된 라이브공연 한번 보고 싶어도 시간적으로나 심적으로 여유가 잘 생기지 않는다"면서 "도심속에 이런 공간이 있으니 부담없이 와서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것 같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들의 회식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1차로 삼겹살 안주에 소주로 목을 달래고, '발동'이 걸리면 단란주점 등으로 직행,뿌리를 뽑고야 말았던 젊은 직장인들의 밤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무조건 먹고 마시며 '고'(GO)만 외치던 데서 벗어나 재충전을 위한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풍토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뜻맞는 동료들과 함께 조용히 맥주잔을 기울이며 좋아하는 라이브 공연을 즐기는 직장인이 늘고 있는 것.


벤처기업에 다니고 있는 30대 직장인 이근의씨(36).


그는 최근 회식자리에서 근사한 2차 장소를 제안, 동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씨가 소개한 곳은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재즈전문 라이브카페 '원스 인 어 블루문'.


색소폰과 드럼 베이스 보컬 피아노에서 흘러나오는 가을밤의 감미로운 재즈 선율에 모두들 매료됐다.


웬만한 집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세계 각국 70여가지 와인까지 맛볼 수 있어 이씨는 이날 한마디로 '히트'를 쳤다.


이씨는 "다들 기존의 회식문화에 염증을 내고 있던 터에 이런 곳을 소개해 준데 대해 모두들 고마워했다"며 웃었다.


이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는 곳은 대형 라이브엔터테인먼트 공간들이다.


'오 아이 오'의 경우 팝송에서 재즈, 컨트리송까지 공연하는 음악의 폭이 큰 편.


나머지는 '원스 인 어 블루 문' 같은 재즈 전문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학로의 '천년동안도', 이태원의 '올 댓 재즈' 등이 선두주자로 꼽힌다.


같은 이태원의 '저스트 블루스'에서는 블루스음악에 젖을수 있다.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지하의 '로스파소'는 '디너 시어터'를 모토로 내걸고 난타공연과 퓨전국악팀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의 공연 등 다채로운 메뉴로 젊은층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오 아이 오'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고흥필 사장은 "우리네 30대들의 밤문화라는 것이 1차에서 식사한 뒤 노래방이나 단란주점 아니면 룸살롱에서 끝내는 것 아니냐"며 "30대를 위한 제대로 된 놀이공간이 필요한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형 라이브엔터테인먼트 공간들은 현재의 소모적 밤회식문화의 흐름을 틀어건강하고 창조적인 '30대의 밤놀이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근의씨는 "음주가무 위주의 기존 회식문화에서 벗어나보자는 의견이 30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분명한 것은 30대의 밤문화가 이전보다 건전한 방향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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