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일은 끊임없이 밀려들기만 하고 처음부터 일과 가정의 균형이란 불가능해 보인다. 조직 생활에서 앞서가려면 사생활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일도 즐기고 인생도 즐기고 아이들과도 유쾌한 시간을 가지면서 살아갈 수는 없을까. 우리는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 것일까 등등의 의문이 떠오를 때가 있다. 저자는 10여년간 한국 굴지의 기업에서 정말 치열하게 엔지니어 생활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외국계 회사에 고용돼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샐러리맨의 현장보고서인 '한국 기업엔 쓸데없는 일이 왜 그리 많습니까?'(김한성 지음,지식공작소)를 준비했다. 그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 이 땅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의 애환을 담고 있는 책이다. 우리의 조직에는 왜 그렇게 쓸데없는 일들이 많은가. 하지 않아도 될 일,할 필요도 없는 일들이 넘쳐나는 곳에서 자연히 사람들은 장시간 일을 할 수밖에 없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노동 시간이 장기화돼 가다 보면 직장인들은 스스로의 삶이 소진돼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저자의 이야기처럼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크든 작든 한국의 기업에서 지금껏 공부하고 경험했던 모든 것을 바쳐 한번 일해 보고 싶다. 하지 않아도 될 일,필요가 없는 일은 과감히 버리고 정말 경제적인 일,확실한 일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것은 결코 그만의 절규가 아닐 것이다. 세상은 날로 지식이 지배하는 시대가 돼가고 있다. 과거처럼 몸으로 때우는 방식으론 어느 누구도 오래갈 수가 없다. 머리를 쓰는 일은 끊임없는 재충전을 필요로 한다. 재충전은 언제 가능한가. 부가가치가 높은 일,쓸모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환경으로부터 우리의 조직은 여전히 거리가 멀기만 하다. 하루종일 일해도 못사는 나라가 있는 반면 놀면서 일해도 잘사는 나라가 있다. 이 땅을 놀면서 일해도 잘사는 나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과 가정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균형을 생각하면서 나와 조직 그리고 한국 사회를 생각하게 된다. 공병호 경영연구소장 gong@g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