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평범한 단어가 돼버린 ''닷컴'' 기업을 성공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조언서는 많다. 또 마케팅을 잘 하려면 어떠어떠한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는 책도 많다. 기업 이미지는 어떠해야 하고, 간판은 어떻게 달아야 하며, 고객 관리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책도 역시 많다. 대부분의 이러한 책들은 각론 위주로 돼 있어 현재의 기업경영 흐름에 대한 종합적인 조언을 주지는 못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나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경영자들이 각론에 밝은 책을 일일이 사다가 읽기도 어려울 뿐더러, 각론을 총론으로 스스로 엮어내 필요한 지혜를 얻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한 철학에 입각해 각론들을 통합시켜 통찰력을 이끌어내는, 다시 말해 ''편집의 힘''이 작용한 책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깨진 콜라병에 깃든 기업의 철학」(키위소프트刊. 부제: 마케팅, 브랜딩 CRM, e비즈니스,콘텐츠 비즈니스의 성공 가이드)은 이러한 편집의 필요성을 상당 부분 만족시켜주는 역작이다. 풍부하고 다양한 사례와 이러한 사례를 분석해낸 독특한 시각이 오늘날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경제.경영 서적들 가운데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이유다. 책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를 구축한 코카콜라의 마케팅 담당자들이 콜라병을 도안한 디자이너에게 주문한 말을 소개하면서 브랜딩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코카콜라 병이 어디서 어떻게 깨지더라도, 그리고 그 깨진 유리병이 다른 유리조각들과 섞이더라도 확실히 구분될 수 있도록 병을 디자인해달라" 코카콜라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50년이 걸렸지만, 인터넷에서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야후는 5년이 걸렸다. 이는 인터넷이 오프라인과 달리 고객의 요구를 즉각 반영할 수 있는 쌍방향성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은 브랜딩이 최상의 가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터넷의 힘을 과신하다가, 브랜드에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하다가 일을 그르친 기업들의 예를 보여주면서 브랜드의 허와 실을 말해준다. 브랜딩의 바통을 넘겨받는 것은 당연히 마케팅. ''디즈니로부터 배우는 5가지 마케팅 비법'' ''소문으로 장안의 화제가 되는 법'' ''실수와 망신으로 배우는 마케팅'' ''일대일 마케팅에 관한 미신들'' 등이 다뤄져 있다. 책은 이어 고객관리, e비즈니스, 콘텐츠 비즈니스, 디지털 콘텐츠와 저작권 등의 문제를 논하면서 닷컴 기업들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들을 언급해나간다. 예를 들면 콘텐츠 제공을 유료화할 것인지 무료화할 것인지, 투자를 받기 원하는 최고경영자(CEO)가 말하지 말아야 할 것들과 말해야 할 것들 등 큰 갈래의 선택에 도움이 될만한 사례와 분석이 실려 있다. 어느 한 가지를 주장하기보다 각 선택의 장단점을 말해 주는 게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기도 하다. 국내 IT 기업들에게도 한창 첨예한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콘텐츠의 유.무료화문제에 대해 ''무료화에 대한 반론'' ''유료화의 위험한 함정''을 동시에 짚어주고 있다. 저자는 시티뱅크, 애플컴퓨터, 월트 디즈니, 아메리카 온라인 등을 위한 마케팅광고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저자가 책 속에서 컨설턴트의 말에귀를 기울이지 말라고 권하고 있다는 것. 이종운 옮김. 274쪽. 1만원. (서울=연합뉴스) 김형근 기자 happy@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