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조각의 새 장을 연 로댕을 비롯해 모딜리아니 미로 부르델 마이욜 아르프 자코메티 등 20세기 거장들의 조각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현대조각과 인체'를 주제로 22점의 외국조각품이 출품된 이번 전시는 20세기 조각 속에 나타난 인체 표현의 다양한 양상을 비교할 수 있는 자리다. 산업과 문명의 격변기였던 20세기초 조각가들은 수세기에 걸쳐 모범으로 삼아왔던 고전 그리스조각에서 탈피해 인체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 물꼬를 튼 인물이 로댕이다. 그의 대표작인 '지옥의 문'과 '칼레의 시민'은 돌의 형태를 광선과 대기 속에 용해시켜 살아있는 인물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고고학과 회화에서 영감을 얻었던 로댕은 인상주의 회화를 닮아가는 조각 작업을 한 셈이다. 이에 반해 그의 조수며 제자였던 부르델과 마이욜은 로댕의 인상주의에 식상해 고전적 이상주의로 복귀한다. 화가로 잘 알려진 모딜리아니는 아프리카 조각의 원시성을 반영한 인물 두상을 제작했다. 초현실주의자인 호안 미로와 장 아르프는 사실주의 인체를 거부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인체를 왜곡 변형시켜 새로운 인체상을 재창조한다. 전쟁을 전후한 불안한 시대상황에서 등장한 자코메티의 길고 야윈 인물상은 '실존적 인간의 예술적 표상'이라는 사르트르의 표현처럼 인간 소외와 부조리한 실존상황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반면 영국의 대표적 조각가로 아르프의 영향을 받은 헨리 무어는 '모자상'에서 조각의 내·외부를 관통시키는 시도를 최초로 보여줘 인체조각의 추상화를 가속화시켰다. 2차대전 이후의 조각은 소재와 기법이 다양해지고 형태는 더욱 추상화된다. 대표적인 추상조각가 데이빗 스미스와 이사무 노구치는 원과 사각형,수직의 기둥형태만으로 인체를 표현하는 추상작품을 선보였다. 팝 조각가 조지 시걸의 '러시 아워'는 모델의 몸을 그대로 본을 뜨는 '실물뜨기(life-casting)'기법으로 현대인의 일상 단면을 그대로 전달하는 획기적인 조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자르는 산업사회의 폐기물인 고철을 사용해 기괴한 인체 형상을 만들었고 조엘 사피로는 인체의 윤곽을 미니멀리즘 조각으로 표현했다. 20세기 후반 들어 미의 기준으로서의 인체는 더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인체는 해체되고 파편화되어 인간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전달한다. 프랑스의 여류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의 조각은 해체된 인체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매일 오후 1시,3시에 전시설명회가 열리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직접 드로잉해보는 '갤러리 드로잉'도 운영한다. 입장료는 어른 4천원,초ㆍ중ㆍ고교생 2천원.내년 2월 24일까지(월요일 휴관). (02)2259-7781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