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시장은 그 자체보다 파생시장의 규모가 더 크다.

캐릭터 출판 만화 테마파크 음반 게임 등 2차시장까지 포함하면 애니메이션은 수천억달러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기획.제작 기준으로 보면 미국과 캐나다가 50%,일본이 30%,프랑스가 15%로 이들 3개 국가가 독식하다시피하고 있다.

특히 극장용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월트 디즈니가 활약하는 미국이 헐리우드 영화 배급사들의 세계적인 배급망을 이용해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제작편수로는 일본에 비해 크게 뒤진다.

미국은 초대형 애니메이션 제작에 치중하는 반면 일본은 소규모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대량제작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TV용 애니메이션은 3백여개의 제작업체와 방대한 출판만화 수요층 및 우수한 전문작가 등을 보유한 일본이 세계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시장 구도에도 서서히 변화가 일 조짐이다.

3D 애니메이션이 이 변화의 진원지다.

3D애니메이션은 미국에서 탄생했다.

애니메이션 세계 최대시장이면서 신경제 호황을 이끌었던 정보기술(IT) 경쟁력이 3D 애니메이션을 꽃피우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애니메이션 최강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치는 앞으로도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다.

그 첨병이 픽사(Pixar)다.

1995년 11월22일 출시된 "토이스토리"는 픽사의 3D 애니메이션 기술이 세계에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

월트디즈니가 보급한 이 3D애니메이션은 미국내 박스오피스 집계만으로도 1억8천4백만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 영화는 흥행에서도 성공을 했고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덕분에 픽사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3D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기술은 영화에서의 특수효과(SF) 기술과 맥이 닿아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설립한 루카스필름의 계열사인 ILM은 디지털도메인과 함께 특수효과를 주도하는 양대산맥으로 성장했다.

"ET"나 "스타워즈"시리즈에서 선보인 특수효과는 바로 ILM의 기술이다.

"타이타닉"의 특수효과 장면도 ILM과 디지털도메인이 공동으로 만들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에서 선보인 디지털 합성기술은 "에피소드 (2002년 개봉 예정)"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3D애니메이션에 적극적인 반면 일본은 2D애니메이션 강국의 자리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오히려 2D애니메이션 시장에서는 하청국으로 전락했던 한국이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 벤처를 앞세워 추격전을 펼치고 있어 향후 시장구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주목된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