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풍자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노레 도미에(1808∼1879).

19세기 격동의 프랑스 사회를 온몸으로 견디며 시대의 양심을 대변한 예술가.

그는 권력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끝없는 자각으로 풍자만화의 영역을 넓혔다.

영남대 법대 교수인 박홍규씨는 평전 ''오노레 도미에''(소나무출판사·1만2천원)에서 그의 빛나는 삶과 예술을 집중 조명했다.

법대 교수가 웬 만화 얘기냐고 하겠지만 박씨는 이미 ''윌리엄 모리스의 생애와 사상''''내 친구 빈센트''등을 펴낸 이 분야의 전문가.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지난 여름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는 도미에의 삶을 10년 단위로 나눠 살폈다.

20대의 정치풍자,30대의 풍속풍자,40대의 혁명화,50대의 민중화,60대의 전쟁풍자 만화로 대별한 것.

도미에 이전과 이후의 만화·풍자화 역사,다른 작가의 작품들도 함께 다뤘다.

도미에는 만화만 그린 작가가 아니다.

4천여점의 석판화 외에 1천점의 목판화,2백50점의 유화,2백점의 소묘와 수채화,65점의 조각을 남겼다.

말년에 눈이 멀어 더 이상 붓을 잡을 수 없을 때까지 그는 거짓과 억압에 가리워진 민중의 눈을 뜨게 해 줬다.

저자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시사문제를 다룬 만화 1천여점에 렌즈를 들이댄다.

도미에의 평생 주제는 민주주의였다.

그는 민주주의를 향한 이상과 그것을 배반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소외를 대담하고도 명쾌하게 보여줬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그야말로 혼돈의 연속이었다.

세번의 혁명과 열번의 전쟁,두번의 국왕체제와 한번의 황제체제 그리고 두번의 공화국체제가 엇갈렸다.

그가 1830년 7월혁명을 보고 그린 ''결코 바보가 아닌 식료품상''등 정치풍자는 수많은 독자들을 열광시켰다.

그는 동시대의 불의와 부조리를 고발하고 주변인의 고독을 어루만지면서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준 참된 예술인이었다.

박씨는 한세기 전의 만화 거장을 통해 오늘의 우리 현실을 되짚어본다.

지금 우리 만화는 과연 어떤 정신을 표현하고 있는가.

"허황된 영웅주의적 폭력물이나 스포츠물,역사적 사실과는 전혀 무관한 시대물,말초신경과 눈물샘만 자극하는 순정물과 섹스물들은 한낱 쓰레기일 뿐이다"

그는 요즘의 만화들이 반인간적이고 반민주적·반사회적이라며 이런 만화를 보고 자라는 청소년들의 장래가 걱정스럽다고 개탄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