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러시(RUSH)''는 ''누아르(noir) 뮤지컬''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있다.

새로운 장르의 도입으로 창작 뮤지컬의 활로를 열려는 젊은 기획자들의 열정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러나 ''미완성의 치열함''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새 장르의 도입이 새로운 뮤지컬로 승화되지 못하고 주저앉고만 느낌이다.

슬로모션과 감각적 영상미가 핵심인 누아르 스타일을 고정된 무대위에 어떻게 재현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처절하게 서로 죽고 죽이는 스타일만 옮겨온 무대는 누아르의 앙상한 뼈대만 남아있다.

왜 그럴까.

역시 음악에서 문제를 찾아야 할 것 같다.

''누아르 뮤지컬''이라면 ''누아르 음악''을 만들어냈어야 하지 않을까.

기존 뮤지컬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음악장르와 리듬으로 ''우울하고 격정적인'' 무대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에 배우들도 자신있게 아리아를 노래하고 극을 이끌지 못해 감동은 반감되고 만다.

극을 장악하는 노련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가 중심에 섰으면 하는 바람이 막을 내리면서 머리속을 짓누른다.

줄거리는 이렇다.

한국계 킬러 켄은 자신의 잘못으로 부모가 살해당한 일로 인해 극도의 자기혐오에 빠져든 인물.

어느날 중국계 갱조직으로부터 배신자 리를 처치하라는 의뢰를 받고 그를 청부살인한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리의 어린 아들 마이클은 죽이지 못한다.

부모를 잃은 마이클은 아동보호시설로 보내지기 전,켄의 애인인 치니의 집에 묶게 되고 결국 켄과 마이클은 마주친다.

경악에 몸서리치는 세사람.갱조직은 마이클 제거계획을 세우지만 치니의 완강한 저항으로 실패한다.

하지만 치니도 이 와중에서 살해되고 켄은 피를 부르는 복수에 나서는데….

프로그램에 나와있듯이 ''쉽게 좌절하고 상처받기 쉬운 젊은 날의 사랑과 우정''을 기본 스토리로 삼은 극본의 설득력은 강하다.

어디서 한번쯤 본적이 있는 듯한 스토리지만 조금 더 정교하게 손질을 하면 괜찮은 레퍼토리로 생명력을 얻을 것 같다.

오는 12일까지.(02)538-3200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