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그 시대상황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매체다.

99년은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를 준비하는 뜻깊은 해.

출판 트렌드도 지난시절을 돌아보는 반추와 성찰, 새 세기를 맞는 각오와
희망쪽으로 움직였다.

한 세기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분야별로 유익한 권장도서들을 모아
소개한다.

독서 취향이 세분화되는 추세를 감안, 가능하면 많은 목록을 제시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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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어떻게 맞을 것인가.

새 세기를 준비하는 것 만큼이나 지난 세기를 잘 마무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에는 특히 20세기를 되짚어 보는 역사책들이 봇물을 이뤘다.

역사학자들의 전문 서적부터 재미있는 인물과 사건 이야기, 한국사에서
세계사까지 다양한 역사 서적들이 눈길을 끌었다.

학문으로서 역사학이 발전한 과정을 살펴보려면 "20세기 사학사"(조지
이거스, 푸른역사)를 읽는 게 좋다.

이 책은 금세기 역사학의 흐름과 경향을 알기쉽게 설명했다.

고전적 역사주의, 독일의 사회경제사와 역사사회학, 마르크스주의의 역사
과학, 포스트모더니즘 등 역사학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지식의 역사"(찰스 반 도렌, 고려문화사)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문명의
변천사를 "지식"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탐구한 책.

고대문명의 지혜, 불확실성의 논리, 영상매체의 혁명, 미래 컴퓨터 기술 등
폭넓은 분야를 아우른 교양서다.

인류학적 관점에서 선사시대부터 미래사회까지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사건을 기술한 "사람의 역사"(아서 니호프, 푸른숲)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사의 흐름을 꿰뚫어 보려면 "유목민이 본 세계사"(스기야마 마사아키,
학민사)가 유용하다.

세계사의 변방을 맴돌던 유목민족의 시각에서 세계적 사건들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서구중심적 역사관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야인의 눈으로 돌아본 20세기 격동의 세계사는 "우리가 살아온 20세기"
(최정호, 미래M&B)에 꼼꼼하게 적혀있다.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 프랑스의 평화운동 등 세계사의 주요 사건 47개의
의미와 영향을 칼럼 형식으로 소개했다.

후세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사건을 75편의 사진과 함께 엮은 "세계사 X파일"
(이가은 외, 다림)도 흥미롭다.

한국사의 흐름을 일목 요연하게 보여주는 책으로는 "우리역사의 수수께끼"
(이덕일 외, 김영사)가 주목된다.

서동설화의 주인공 선화공주는 신라공주인가, 고려의 금속활자 발명은
세계사적 사건인가, 양녕대군은 스스로 세자 자리를 버렸는가 등 우리 역사의
비밀을 명쾌하게 파헤쳤다.

"영화처럼 읽는 한국사"(젊은역사연구모임, 명진출판)에는 5천년 한국역사의
주요 장면들이 한편의 파노라마 영화처럼 펼쳐져있다.

정부 수립 이후 3부요인들이 참석한 주요행사와 시대상은 "대한민국 정부
기록사진집"(국정홍보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사 X파일"(남경태, 다림), "청소년을 위한 한국사"(백유선 외, 두리)
등도 관심을 끈다.

< 강동균 기자 kd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