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 불황이 심각하다고들 야단이다.

화랑가에서는 "가장 빨리 잠들고 제일 늦게 깨는 것이 미술시장"이라며
한보파동이 침체터널을 막 벗어나려던 미술품 경기를 다시 터널속으로 밀어
넣는게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악재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미술시장이 곧 회복되리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현 상황이 안좋은 것은 틀림없지만 90년대에 들어 미술시장의 잠재고객이
급증한 만큼 멀지 않아 미술시장의 규모 자체가 과거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커지리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미술아카데미를 비롯한 각종 미술강좌의 수강생이 계속 증가
하는 것이나 불황에도 몇몇 작가의 작품은 꾸준히 팔린다는 사실은 미술
시장의 앞날이 결코 어둡지 않음을 보여준다.

단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80년대말 90년대초 지나치게 거품현상을 일으켰던
작가의 작품가는 제자리를 찾기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투자대상으로는 과거 10년간 가격추이를 확인한 뒤 2~3년 혹은
3~4년마다 일정비율씩 오른 작품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주에는 한국적인 산수화로 유명한 청전 이상범의 1954년작 "부귀도"
(20 x 30cm)가 3백만원, 채색화가로 널리 알려진 정은영씨의 "꽃" 10호짜리가
3백만원에 출품됐다.

조각가 정대현씨의 폭 64cm짜리 대리석작품 "누워 있는 산"은 7백만원에
나왔다.

< 박성희 문화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