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전시를 위한 커미셔너와 출품작가선정이
늦어지고있는데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다.

"아이덴티티"를 주제로 95년6월에 열릴 베니스비엔날레를 제대로
치루기 위해서는 지금쯤 출품작가선정이 끝나 작품제작에 들어갔어야
한다는 것이 미술계의 지적.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측은 전시를
기획하고 출품작가를 선정할 커미셔너조차 결정하지 않은 상태.
이때문에 베니스비엔날레 역사상 처음 마련되는 한국관전이 자칫
"빛좋은 개살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미술올림픽"으로 불리는 이탈리아베니스비엔날레는 내년으로 창립
1백주년을 맞는 세계최고권위의 현대미술축제.내년 5월 한국관이
준공됨으로써 95년행사는 세계적인 문화전쟁시대에 한국미술의 경쟁력을
높이는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는데 아직까지 전시를 위한 작업진행이
이뤄지지 않아 자칫 이 기회가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의식이
감돌고 있는 것. 다른 참가국의 경우 현재 커미셔너는 물론 작가선정까지
끝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대표작가인 최재은씨가 현지답사를 마친 상태.
커미셔너와 출품작가선정이 늦어지고있는 이유는 문화체육부의 늑장행정때문
. 40여일전인 지난 8월24일 이민섭문화체육부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건립 확정사실을 발표하면서 "조속한 시일내에
별도기구를 만들어 한국관운영과 관련된 사업을 차질없이 해나가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커미셔너조차 확정되지 않은 것.문체부측은
이에 대해 "한국관건립에 많은 신경을 쓰다보니 전시를 위한 작업이
다소 늦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미술인들은 "한국관 건립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미술전문가나 관계인사 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루빨리
커미셔너를 선정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있다.

우리나라는 독립관 없이 86년부터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해왔는데
그동안에는 한국미술협회가 커미셔너와 작가선정을 도맡아왔다.

이과정에서 논공행상식으로 커미셔너와 작가가 결정된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고 실제로 대회의 전시주제와 상관없는 작품을 내놓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의 커미셔너는 무엇보다도 한국미술을
세계에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공정성과 프로의식을 함께 지닌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 미술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커미셔너물망에 오른것으로 알려진 사람은 임영방(국립현대미술관장)
,이일(전홍익대교수),오광수(환기미술관장),이용우(고려대교수)씨등
5~6명.하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구체적인 인물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문화체육부의 이웅호예술진흥국장은 "커미셔너와 작가는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10월중으로 커미셔너를 선정,11월에 열릴
각국 커미셔너회의에 참석토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신재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