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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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과 들에서 자라는 자생식물인 더덕과 벌개미취를 먹으면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저항력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할 기초과학연구원(IBS)과 KAIST 경희대 한국파스퇴르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세포실험 단계에서 이런 연구성과를 내 국제학술지 ‘항바이러스연구’ 등에 실었다고 11일 발표했다.

벌개미취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로 한국에서만 자란다. 더덕은 초롱꽃과 다년생 덩굴식물로 국내에서 도라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재배되는 산채류다.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인 벌개미취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인 벌개미취
연구팀은 벌개미취에 있는 아스터사포닌I 사포닌 성분과 더덕에 있는 란세마사이드A 사포닌이 코로나19의 세포 내 침입 단계인 ‘세포막 융합’을 막아 감염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로 들어올 땐 바이러스 외피막과 인체 세포막 사이 ‘융합’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연구팀은 아스터사포닌I와 란세마사이드A가 이 막 융합 과정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인체 접속용 돌기)을 표면에 발현한 연구용 바이러스(슈도바이러스)와 인간 폐세포를 이용해 감염모델을 만들었다. 여기에 아스터사포닌I와 란세마사이드A를 넣자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살아있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실험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초기 코로나바이러스뿐 아니라 오미크론 등 변이바이러스에 대해서도 거의 똑같은 효율로 감염을 억제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2019년 말~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듯하면서도 질기게 이어지는 이유는 감염력이 높은 변이바이러스가 계속 출현하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등 변이바이러스는 인체 세포 내 수용체인 ACE2 단백질과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스스로 끊임없이 바꾸며 감염력을 높인다. 그러나 결합 다음 단계인 막 융합 과정이 완전히 막힌다면 이런 변형 과정은 무용지물이 된다.

도라지도 더덕과 비슷한 효과를 갖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앞서 지난해 5월 도라지 사포닌인 플라티코딘D의 항코로나 효과를 규명했다. 아스터사포닌I와 란세마사이드A, 플라티코딘D는 모두 한쪽에 길게 당이 붙어 있는 트라이터페노이드 사포닌으로 불린다. IBS 관계자는 “벌개미취와 더덕, 도라지에 있는 트라이터페노이드 사포닌은 섭취 시 상기도 상피세포에 고농도로 노출되기 때문에 감염 초기 환자에게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거쳐 임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IBS에 따르면 지난 40년 동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된 1394개 저분자 신약 중 천연물 또는 천연물 유도체 비중은 33%에 달한다. 가장 유명한 항생제인 아스피린, 페니실린 등도 천연물에서 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