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영상진단 보조서비스 ‘엑스칼리버’.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영상진단 보조서비스 ‘엑스칼리버’. SK텔레콤 제공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눈길을 끄는 발표가 있었다. SK텔레콤이 세계 1위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공개한 기술 협력 계획이었다. 여느 협업 건과 다른 점은 두 가지다. AWS의 한국지사가 아니라 글로벌 본사가 손을 내밀었다. SK텔레콤이 제공하는 것은 국내 통신망이나 기업 인맥이 아니라 컴퓨터 비전 인공지능(AI) 기술이었다.

SK텔레콤이 작년 11월 1일 인적분할 후 추진 중인 ‘AI 대전환’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인적분할한 SK스퀘어에 반도체와 커머스, 모빌리티 등 비(非)통신 신사업과 투자 업무를 맡겼다. SK텔레콤은 통신을 비롯해 AI·디지털인프라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분할 이후 SK텔레콤은 AI 기반 신사업 모델을 잇달아 내놨다. 국내 다른 기업과 기술협력을 해 SK텔레콤 이름만 붙인 게 아니다. 대부분이 초반부터 자체 조직에서 개발한 것들이다. 최근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AI 기반 수의영상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가 그런 예다. 반려동물의 엑스레이 영상을 AI가 분석해 수의사의 진단을 돕는다. SK텔레콤이 AI 모델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과 저장부터 서비스 적용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 개발했다.

이종민 SK텔레콤 미래 R&D 담당은 “무늬만 AI 기업이 아니라 ‘AI 풀스택’을 확보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막대한 통신 데이터를 다룬 노하우가 있어 데이터 확보·처리에 강점이 크고, 멤버십·유통 등 각 도메인(분야) 서비스를 활용해 AI 상용화까지 할 수 있다는 얘기다.

AI 프로세서도 자체 조달할 수 있다. 올초 미국 기반 독립법인으로 뗀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은 애초 SK텔레콤 산하 조직으로 출범했다.

SK텔레콤의 AI 전환은 흔히 얘기하는 ‘탈통신’이 아니다. AI를 기반으로 통신업을 재정의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담당은 “기존엔 데이터가 오가는 고속도로를 구축해 운영했다면 이젠 길 양옆 공원과 관광지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통신업이 이용자가 요청한 정보를 단순 단답형으로 보냈다면 AI는 부가가치를 더한 답을 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AI가 기존 통신 사업과 다른 점도 있다. 통신망에 묶여 있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쉽게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의 AI 기술로 사진·영상 등의 화질을 개선하는 ‘수퍼노바’ 서비스는 지난 8월 유럽 기업 베리매트릭스가 이용권을 사 갔다. 이 기업은 중남미·유럽·아시아 등의 콘텐츠에 수퍼노바를 적용할 계획이다.

기업분할 당시 강조했던 신사업 투자에도 시동을 걸었다. SK텔레콤은 지난 5월부터 기술개발·사업·투자를 통합 조직으로 지원하는 ‘테크콤비네이션’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이 담당은 “성장 잠재력이 있는 그린에너지 스타트업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