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e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이 원격의료 서비스 ‘아마존 케어(Amazon Care)’를 3년 만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4일 내부 이메일을 통해 아마존 케어를 연말까지만 운영한 뒤 폐쇄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업계는 아마존 케어 철수 결정에 의문을 나타냈다. 아마존이 지난해 여름부터 아마존 케어 대상을 미국 전역의 아마존 직원으로 확대했고, 다른 기업에도 확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아마존 케어' 3년 만에 중단…더 큰 그림 그리는 아마존
최근 몇 년간 아마존의 흔적들을 따라가 보면 그동안 아마존이 헬스케어 시장 진입을 어떻게 준비해 왔는지 보인다. 아마존은 2017년 10월 미국 12개 주에서 의약품 유통 라이선스를 취득해 헬스케어 소매시장에 발을 붙였다. 2018년 6월엔 온라인 약국 필팩을 10억달러에 인수해 미국 50개 주에서 약국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미국 내 처방 약 유통시장의 온라인 비중이 10%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아마존이 가진 물류 인프라와 플랫폼 파워로 이를 선점하려는 전략이었다.

이후 필팩을 통한 처방 약 온라인 배송사업을 시작했고, 2019년 원격진료 스타트업인 헬스내비게이터를 인수해 사업을 확대했다. 헬스내비게이터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증상을 확인하고, 응급성에 따라 원격 진료, 의사 방문 진료, 응급실 방문을 분류해 주는 서비스였다. 아마존은 이를 아마존 케어에 흡수시켰고, 아마존 임직원 및 가족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왜 지난 몇 년간 원격 진료와 처방 약, 의료기기 배송이라는 밸류체인 구조를 구축해 왔을까. e커머스 회사인 아마존은 알고리즘을 통해 유저에게 맞는 제품을 추천해 구매를 유도하는 게 핵심인데, 이런 경쟁력을 계속 갖추기 위한 데이터 자원으로 헬스케어를 활용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이나 혈당 측정지를 구매할 때 무설탕 간식을 추천하는 식이다.

아마존 프라임에도 연결할 수 있다. 아마존 케어 같은 서비스를 아마존 프라임 회원에게 제공하면 구독 유지율과 가입률을 높이는 강력한 엔진으로 작동할 수 있다. 임직원 의료 비용 지출을 절감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임직원 건강 관리와 함께 건강 문제로 발생하는 직원 이탈, 이탈된 직원을 대체할 신규 인력 고용 및 교육과 같은 문제를 통제하고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으로 활용하려고 한 것이다.

이 같은 중요성을 감안했을 때 아마존 케어 철수가 아마존이 헬스케어 시장 자체를 포기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아마존 케어 서비스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지금과 같이 유저의 문제를 찾고, 경험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에 임팩트를 줄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의료 서비스는 의료진이라는 공급자가 존재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제공하기 어려운 서비스기 때문이다.

원격 진료도 플랫폼 자체의 경쟁력보다 참여하는 의사 수 등 공급과 수요의 일치를 해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원격 진료 서비스에 의사가 참여하지 않으면 페이스타임과 다를 것 없는 솔루션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마존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우선 1차 의료 인프라를 확보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선택과 집중을 위한 사업 재편인 셈이다. 아마존이 최근 원메디컬 인수와 시그니파이헬스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미국은 기업이 의사를 직고용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불가능한데 아마존 회원 수를 생각한다면 최소 몇천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1차 의료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야 한다. 월마트가 미엠디(MeMD) 인수를 통해 4000개 이상의 1차 의료 인프라를 확보한 것과 CVS헬스가 시그니파이헬스 인수를 결정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원격의료 '아마존 케어' 3년 만에 중단…더 큰 그림 그리는 아마존
미국 내에선 이처럼 1차 의료 인프라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의료 인프라를 얼마만큼 확보하느냐가 미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승자를 결정짓는 요소가 될 듯하다.

김도헌 굿닥 현장접수 스쿼드 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