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에 인공지능(AI) 약물전달 콘퍼런스 2022가 개최됐다. 왼쪽부터  피터 틸레만 캘거리대 생화학과 교수, 루카 몬티첼리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소장, 시어트 얀 마링크 네덜란드 그로닝겐대 분자동력학과 교수, 파올라 브로카 밀라노대 의생명공학과 교수. 마르티나 파누조 팜캐드 수석연구원. 종합 토론 진행을 맡은 우상욱 팜캐드 교수(오른쪽 위)와 원격으로 참여한 미셸 슐리히 이탈리아 칼리아리대 교수(오른쪽 아래). 사진=박인혁 기자
지난 13일에 인공지능(AI) 약물전달 콘퍼런스 2022가 개최됐다. 왼쪽부터 피터 틸레만 캘거리대 생화학과 교수, 루카 몬티첼리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소장, 시어트 얀 마링크 네덜란드 그로닝겐대 분자동력학과 교수, 파올라 브로카 밀라노대 의생명공학과 교수. 마르티나 파누조 팜캐드 수석연구원. 종합 토론 진행을 맡은 우상욱 팜캐드 교수(오른쪽 위)와 원격으로 참여한 미셸 슐리히 이탈리아 칼리아리대 교수(오른쪽 아래). 사진=박인혁 기자
약물전달시스템(DDS)으로서의 합성 나노입자(NP)에 대한 학술 동향을 공유하는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초청받은 석학들은 합성 나노입자에 대한 최신 연구를 소개하며 컴퓨터 가상실험(시뮬레이션) 등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13일 송파구 시그니엘 서울에서는 국내 인공지능(AI)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 팜캐드의 주최로 ‘인공지능 약물전달 콘퍼런스 2022(PharmCADD DRUG DISCOVERY CONFERENCE 2022)’가 열렸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피터 틸레만 캐나다 캘거리대 생화학과 교수, 루카 몬티첼리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분자미생물학및구조생화학(MMSB)연구소장, 시어트 얀 마링크 네덜란드 그로닝겐대 분자동력학과 교수가 연사로 나섰다. 분자동력학(MD) 시뮬레이션의 권위자인 세 발표자는 모두 팜캐드의 과학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피터 탈레만은 그로닝겐대에서 화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작성한 논문의 인용 건수는 3만4000여건에 달한다. 2017년 생물물리학회의 토마스 E. 톰슨상을 수상했다.

루카 몬티첼리는 이탈리아 파도바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까지 그의 논문은 총 8412건 인용됐다. 그가 소속된 국립과학연구센터는 3만명 이상의 연구원이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이다.

텔레만과 몬티첼리는 MD 시뮬레이션 플랫폼 ‘마티니(Martini-level coarse-grained force fields model)’의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마티니는 원자 단위의 세밀한(fine grained) 분석이 아닌 분자 단위의 투박한(coarse grained) 분석을 목표하는 MD 시뮬레이션 플랫폼이다. 복잡한 생물학적 환경을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에 최적화됐다.

최적의 LNP 구성을 위한 분자동력학 시뮬레이션

오전 발표는 지질나노입자(LNP) 등 합성 나노입자와 생체막(biological membranes)의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하는 연구에 주목했다.

생체막은 세포 및 세포소기관을 둘러싸 경계를 이루는 막이다. 외부 물질이 세포 내부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통과해야하는 장애물이다. LNP는 리보핵산(RNA) 등 유전물질을 감싸 보호하며 세포질에 진입하기 위한 합성 물질이다. 세포질은 생체막 내부에 있는 세포핵을 제외한 모든 물질을 말한다.

LNP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의 전달체로 상용화되며 DDS로서의 가치가 입증됐다.

LNP는 생체막을 만나 복잡한 상호작용을 거쳐 막을 통과하고 약리물질을 방출한다. 틸레만 교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 대한 가설은 있지만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LNP를 통한 약물 전달에서 전체 mRNA의 2~3%만이 목표하는 곳에 도착한다”며 “LNP 구성을 바꾸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틸레만 교수는 생체막 투과 및 약리물질 방출률을 높이는 최적의 LNP 구성을 위한 생체막과 나노입자, 나노입자와 나노입자 간의 상호작용을 구현하는 MD 시뮬레이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차세대 전달체로서 다당체 나노입자에 주목

몬티첼리 소장은 LNP 외의 합성 나노입자 활용 가능성과 이를 위해 고려해야할 사안들을 제시했다.

일례로 탄소나노입자(carbon nanoparticle)는 세포 내로 쉽게 들어갈 수 있지만, 독성 우려가 있어 DDS 후보물질로 고려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먹는(경구용) 백신 등 새로운 제형의 백신을 위한 차세대 전달물질로서의 다당체 나노입자를 꼽았다. 몬티첼리 소장은 “코로나19의 사례를 통해 코와 입, 위장관(GI) 등에 항체를 형성해야할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이를 위해 점막 환경에 최적화된 전달체로서 다당체 나노입자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어트 얀 마링크 교수는 생체막의 구조를 가상으로 구현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소개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복잡한 생체막을 시각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나노입자와의 상호작용을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오후에는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험실 단계의 연구에 초점을 둔 발표가 이어졌다. 파올로 브로카 이탈리아 밀라노대 의생명공학과 교수와 미셸 슐리히 이탈리아 칼리아리대 제약공학과 교수가 연사로 나섰다.

브로카 교수는 실험관 내(in vitro) 실험을 중심으로 한 나노입자와 생체막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여줬다. 미셸 슐리히 교수는 마이크로RNA를 전달하기 위한 합성 나노입자에 대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AI로 mRNA 구조 예측하고 LNP 설계하는 ‘팜백’

콘퍼런스를 주최한 팜캐드는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이다. 인공지능 신약개발 플랫폼인 ‘파뮬레이터’를 개발했다. 백신 개발에 특화된 플랫폼 ‘팜백’도 완성했다. 현재 최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상욱 팜캐드 각자대표는 파뮬레이터와 팜백의 예를 들며 AI 기술이 신약 및 백신 개발에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소개했다.

파뮬레이터는 신약개발 기간을 단축시키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플랫폼이다. 크게 다섯 가지 모듈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모듈은 단백질 3차원 구조예측, 분자동력학 시뮬레이션, 양자계산, 독성예측, 약물창출 등을 수행한다.

파뮬레이터는 표적과 약물의 결합 및 독성을 예상하기 위해 기계학습(머신러닝) 기반의 양자계산을 적용한다. 분자동력학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진공이 아닌 체내 환경과 유사한 물 환경을 전제하고 새로운 후보물질을 창출하는 기능도 다른 AI 신약개발 플랫폼과 차별화된다고 강조했다.

팜백은 mRNA 등 RNA 계열 백신 개발에 특화된 플랫폼이다. RNA를 설계하기 위한 1개의 모듈과 LNP 설계와 관련된 3개의 모듈을 갖췄다.

RNA 설계 모듈은 목적에 맞는 RNA의 염기서열을 만들고 최적화한다. LNP 설계 모듈은 도출된 RNA의 염기서열을 기반으로 RNA의 2차원 및 3차원 구조를 예측한다. 이후 예측된 3차원 구조에 최적화된 LNP를 설계한다.

또 설계된 LNP가 생체막을 투과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한다. 이 과정에서 분자 범주에서의 ‘coarse grained’ 분석을 먼저 수행하고, 선별한 구조에 대해 양자 단위의 ‘fine grained’ 분석을 수행한다.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후 RNA를 LNP가 감싸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한다.

팜캐드의 협력사인 아이진은 팜백으로 만든 mRNA 서열을 기반으로 코로나19 mRNA 백신 ‘EG-COVID’을 만들었다. 아이진은 EG-COVID의 국내 임상 1상 및 추가접종(부스터샷) 호주 임상 1상을 마쳤다.

우상욱 팜캐드 각자대표는 “RNA 및 DDS에 대한 AI 머신러닝의 활용은 아직 태동하는 단계지만 조만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팜캐드는 그 시기를 기다리며 우수 인력들과 함께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