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전성시대…"직무별 기본기 없이 일선에 뛰어들지 말라"
개발자들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귀한 몸’이 됐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과거 시스템통합(SI) 분야 대기업과 네이버 카카오 등 일부 빅테크 기업, 게임사에 들어가는 데 목을 맸지만, 지금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맞물려 제조·유통·금융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스타트업의 부상이 개발자 위상을 변화시켰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성공 신화’가 터져 나오며 개발자들을 흡수했다. 컴퓨터공학 전공자는 부족해졌고, 비전공자가 개발자로 전직하는 경우는 흔해졌다. 하지만 덮어놓고 개발자로 나선다고 해서 성공 기회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개발자에게 필요한 무기는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한국경제신문의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Geeks)가 매출 100억원 이상인 코딩 교육 스타트업의 대표 3인방(김인기 코드스테이츠 대표, 이범규 팀스파르타 대표, 김재원 엘리스 대표)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이들은 앞다퉈 개발자의 길로 나서는 최근 세태에 경고음을 보냈다. “직무별 최소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개발 일선에 뛰어드는 것은 외려 경력에 독”이라고 했다.

○개발, ‘깊은 기본기’가 원칙

개발자는 컴퓨터의 언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전문가다. 이들 중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서버와 통신하며 웹상에서 나타나는 모든 사용자화면을 총괄한다. 스타트업 수요가 가장 많다. 김인기 대표는 프론트엔드를 “전공자든 비전공자든 공부하지 않으면 추월당하는 분야”로 정의했다. 과거와 같이 가벼운 웹 페이지 사용에 그치지 않고, 무거운 프로그램 자체가 웹에서 통용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HTML·CSS·자바스크립트(JS)는 필수 기본기로 꼽았다. 사용자 화면의 기본 뼈대를 구성하는 컴퓨터 언어들로 하나라도 빠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글의 색상과 크기, 웹페이지 내 동작까지 구현할 수 있다. 라이브러리(프로그램 개발 도구)나 프레임워크(프로그램 틀 구성법)도 필요하다. 프론트엔드 라이브러리 ‘리엑트(React)’, 자바스크립트에 타입(Type)을 추가한 확장판(Superset) ‘타입스크립트’, 리엑트 프레임워크 ‘Next·js’는 그가 꼽은 최신 기술들이다. 코드 작성을 돕고, 에러 발견이나 웹 서비스 검색 노출을 돕는 역할을 한다.

○백엔드, 4개월이면 기초 갖춰

프론트엔드 학습은 백엔드 개발자를 키워낼 때도 중요하다. 이범규 대표는 “백엔드 교육과정을 짤 때 일부러 HTML과 CSS를 넣기도 했다”며 “웹 개발 전체를 경험해보는 것이 백엔드 개발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백엔드 개발자는 서비스와 서버를 잇는 핵심 역할을 한다. 난도가 높은 분야다. 이 대표는 “백엔드 개발자는 데이터를 서버에 잘 저장하고, 요청이 오는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전송하는 역할을 잘하면 된다”고 업무를 요약했다. 그는 창업 전 우아한형제들에서 백엔드 개발자로 일했다.

서버를 개발할 컴퓨터 언어는 한 가지를 깊게 공부할 것을 주문했다. “‘노드JS’나 ‘JAVA’ 중 하나를 선택하고 데이터베이스(DB) 설계까지 해낸다면 기본은 갖춘다”며 “4개월이면 충분하니 겁을 먹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새 기술 내 것처럼 공부해야”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관련 개발자는 최근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기술 발달로 대량 데이터를 축적해 가공하는 작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김재원 대표는 “실제 비즈니스 의사 결정에 근거를 주는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라며 “해외에선 관련 직무를 별도로 구별하지 않을 정도로 시스템 프로그래밍의 모든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KAIST 전산학과에서 AI를 전공했다.

‘Numpy(넘파이)’ ‘Scipy(싸이파이)’ 와 같은 파이선 라이브러리 기술은 그가 강조한 데이터 엔지니어의 무기다. 고성능 수치 계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SQL’ ‘몽고DB’ 등 데이터가 메모리에 저장되는 방식도 두루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운영체제(OS), 자료구조 등 컴퓨터공학 기본 지식과 선형대수학 및 통계 등 수학 지식이 더해지면 더욱 좋다. 여기에 프로그래밍 언어 ‘파이선’을 배우면 AI 알고리즘을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갖가지 지식을 축적해도 개발자 직무 경계는 스타트업에서 흐려질 수 있다. 대표들이 스타트업 취업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주특기’를 강조하는 이유다. 김인기 대표는 “자신이 오래 써온 언어나 프레임워크가 아니더라도, 당장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 기술을 빠르게 찾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쓰던 언어의 탄생 배경을 공부하면 이전 기술의 한계와 새 기술의 효용을 단번에 알 수 있다”고 했다. 김재원 대표는 “내가 개발한 아이템이 시장에서 어떤 상업적 가치를 낼지 고민해야 한다”며 “마케팅이나 영업직의 책무로 수익 책임을 미뤄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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